[다산칼럼] 의료시장의 힘 일깨워 준 '코로나 방역'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확산 추세가 느려지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런 심리적 공황은 곧잘 반(反)시장적 정서로 이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좌파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처음부터 막지 못한 건 복지와 방역을 경시하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찾은 자리에서 “전면적 입국 금지를 않고도 바이러스를 막아냈다”며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초반 방역정책이 먹혔다는 자화자찬이다. 과연 그럴까.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방역 성과를 비교해 보자.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320명, 사망자는 81명(17일 오전 기준)이다. 이탈리아는 확진자 2만7980명, 사망자 2158명(현지시간 16일 오후 기준)이다. 드러난 수치로 보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이탈리아에 비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면적 입국 금지를 않고도 성공했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옳은 게 아니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더라면 코로나19 감염자는 훨씬 적었을 것이란 게 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쨌든 주요 7개국(G7) 회원국인 이탈리아는 초기 방역에 실패한 모습이다. 여러 경제지표로 볼 때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탈리아의 방역 실패와 한국의 상대적인 선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매혹적인 음식문화와 멋진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에는 ‘의료사회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의료 보험 및 서비스는 국가 독점 체제다. 의사, 간호사는 모두 국가공무원이다. 진단·치료·입원이 모두 무료다. 방역 실패의 원인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의료시스템도 국가 독점적 요소가 강하다. 건강보험의 의료수가는 국가가 결정한다. 그런데 의료수가가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비급여’ 항목이 있다. 그것이야말로 보험시장은 물론 의료·의학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비급여제도를 없애며 의료사회주의 행보를 걷고 있는 중이다. 비급여제도 폐지는 한국의 장래 먹거리인 원전을 폐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배급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은 열악하기 마련이다. 또 의료인에 대한 열악한 대우는 고급 의료인을 양성하고 유치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의사, 간호사는 물론 병상의 공급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2017년 이탈리아의 1000명당 병상은 3.18개로 한국의 12.27개에 훨씬 못 미친다. 이탈리아는 병원급 의료기관 수도 2000년 1321개에서 2017년 1063개로 줄었다. 열악한 의료 서비스 공급체계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치사율 폭증의 직접적 원인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의료체계가 열악해진 또 다른 이유는 ‘잃어버린 30년’ 때문이다. 빚을 얻어서 사회주의적 잔치를 하다가 채무국가로 전락했다. 국가부채가 국민소득의 130%(2018년)를 웃돈다. 빚을 갚으려다 보니 의료시스템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은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 2002년 1305개에서 2012년 3248개로 늘었다. 이들 중 94%는 민간병원으로, 대부분 대학병원이다. 한국 의료 서비스 시장 발전의 원동력은 ‘경쟁’인 것이다. 한국의 의과대학은 최고의 두뇌를 가진 젊은이들이 모이고, 최고의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닌가.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이 의료 ‘시장’에 있는 것이다.

민간 의료인은 공공정신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것도 틀린 말이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현장으로 달려가는 의사들을 보라. 의료인들은 정부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자원봉사 정신의 승리인 것이다. 이렇게 헌신적인 의료인들을 놓고, 민간 의료인은 공공정신이 없기 때문에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좌파의 치명적 위선이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의료인들의 혁신적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풀어 자유로운 의료 시장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