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안정기금 증시에 투입한다는데…韓銀 발권력, 증시안정 수단 활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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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금융안정기금 도입
한은 차입금 등이 주된 재원
실제 조성·집행된 적은 없어
코로나 사태로 증시 급락하자
금융위기 전이 우려에 도입 결정
한은 차입금 등이 주된 재원
실제 조성·집행된 적은 없어
코로나 사태로 증시 급락하자
금융위기 전이 우려에 도입 결정
정부가 증시 안정을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안정기금은 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지원금으로 조성된다.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손실이 금융사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결과적으로 정부 예산 및 한은의 발권력이 증시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은성수 위원장(사진)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금융안정기금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하고 근거법령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안정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당시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사에 대한 선제적 자본 확충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가 주요국 사례를 참조해 만들었다. 이전까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아래로 떨어진 부실 금융사만을 대상으로 했다. 반면 금융안정기금은 금융사 부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의 필요에 따라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기금 재원은 정부 또는 한은 차입금 및 금융사·기업 등 출연금 등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금융사가 신청하면 집행업무를 맡은 산업은행이 정부 보증으로 금융안정기금채권을 발행해 공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금융안정기금이 실제 조성되거나 집행된 적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애초 기금 도입 취지 자체가 금융위기 당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목적이 강했기 때문이다. 금산법상 금융사의 기금 사용 신청 기한이 2014년 12월 31일로 못 박혀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사문화된 금융안정기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자칫 금융사 부실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융위는 금융안정기금이 증시 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증안펀드 출범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증안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증안펀드는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이 참여 대상인데 이를 민간 금융사로 넓혀 펀드 규모를 수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게 금융위 구상이다.
금융사들은 증시 급락으로 증안펀드가 손실을 입을 경우 피해액 보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989년 12월 정부는 종합주가지수가 8개월 만에 20%가량 폭락하자 당시 한국투자신탁·대한투자신탁·국민투자신탁 등 3대 투신사의 주식 매수 확대를 골자로 한 ‘12·12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투신사들은 한 달간 무려 2조76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당시 증시 부양에 참여했던 투신사들은 투자 손실 등으로 자본금이 전액 잠식돼 부실회사로 전락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이에 금융위는 기금 조성과 집행에 비교적 제약이 덜한 금융안정기금을 부활시킬 경우 증안펀드 투자로 손실을 본 금융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안정기금이 증시 안정 목적으로 쓰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입법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증안펀드와 얼마든 연동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금융안정기금을 증시 안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안정기금 투입 논란은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는 “금융안정기금은 이미 2014년 말 기간 만료로 실효돼 사용할 수 없는 수단”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금융위가 마련 중인 증시 안정을 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는 주식 거래 일시 정지와 임시휴장 등의 고강도 대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 폭락 사태가 멈추지 않을 경우 현행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주식 매매 시간을 단축하고, 하루 ±30% 수준인 주식 가격제한폭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 금융안정기금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해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자금을 공급하면 산업은행이 금융사 신청을 받아 집행한다.
■ 증시안정펀드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관련 유관기관 공동으로 조성·운용하는 펀드. 2008~2009년 당시 5150억원을 증시에 투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은성수 위원장(사진)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금융안정기금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하고 근거법령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안정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당시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사에 대한 선제적 자본 확충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가 주요국 사례를 참조해 만들었다. 이전까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아래로 떨어진 부실 금융사만을 대상으로 했다. 반면 금융안정기금은 금융사 부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의 필요에 따라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기금 재원은 정부 또는 한은 차입금 및 금융사·기업 등 출연금 등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금융사가 신청하면 집행업무를 맡은 산업은행이 정부 보증으로 금융안정기금채권을 발행해 공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금융안정기금이 실제 조성되거나 집행된 적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애초 기금 도입 취지 자체가 금융위기 당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목적이 강했기 때문이다. 금산법상 금융사의 기금 사용 신청 기한이 2014년 12월 31일로 못 박혀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사문화된 금융안정기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자칫 금융사 부실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융위는 금융안정기금이 증시 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증안펀드 출범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증안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증안펀드는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이 참여 대상인데 이를 민간 금융사로 넓혀 펀드 규모를 수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게 금융위 구상이다.
금융사들은 증시 급락으로 증안펀드가 손실을 입을 경우 피해액 보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989년 12월 정부는 종합주가지수가 8개월 만에 20%가량 폭락하자 당시 한국투자신탁·대한투자신탁·국민투자신탁 등 3대 투신사의 주식 매수 확대를 골자로 한 ‘12·12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투신사들은 한 달간 무려 2조76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당시 증시 부양에 참여했던 투신사들은 투자 손실 등으로 자본금이 전액 잠식돼 부실회사로 전락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이에 금융위는 기금 조성과 집행에 비교적 제약이 덜한 금융안정기금을 부활시킬 경우 증안펀드 투자로 손실을 본 금융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안정기금이 증시 안정 목적으로 쓰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입법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증안펀드와 얼마든 연동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금융안정기금을 증시 안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안정기금 투입 논란은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는 “금융안정기금은 이미 2014년 말 기간 만료로 실효돼 사용할 수 없는 수단”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금융위가 마련 중인 증시 안정을 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는 주식 거래 일시 정지와 임시휴장 등의 고강도 대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 폭락 사태가 멈추지 않을 경우 현행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주식 매매 시간을 단축하고, 하루 ±30% 수준인 주식 가격제한폭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 금융안정기금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해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자금을 공급하면 산업은행이 금융사 신청을 받아 집행한다.
■ 증시안정펀드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관련 유관기관 공동으로 조성·운용하는 펀드. 2008~2009년 당시 5150억원을 증시에 투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