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등 3개 환경법안 국무회의 의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입증 책임 완화…손배소송서 유리해질 듯
천식, 폐렴, 기관지확장증, 간질성 폐 질환을 앓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입증 책임이 완화돼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7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등 3개 환경 법안이 의결돼 이달 안으로 공포되고 이르면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후 ▲ 질환이 발생·악화하고 ▲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질환 발생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경우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기로 했다.

이제까지 소송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질환 발생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는 물론 인과관계가 뚜렷해야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폐 섬유화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외에 다른 요인으로 질환이 발생하지 않는 '특이성 질환'이어서 인과관계를 쉽게 입증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돼 천식, 폐렴, 기관지확장증, 간질성 폐 질환 등 '비특이성 질환'을 앓게 된 경우 피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차원의 역학 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발병 간에 역학적 상관관계는 확인됐으나 유전, 생활습관 등 다른 요인 때문에 해당 질병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천식, 폐렴, 기관지확장증, 간질성 폐 질환 등을 앓게 된 '비특이성 질환' 피해자 2천184명(2019년 말 기준)이 손해배상소송에서 인과 관계를 추정받기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개정안에서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구제 급여 항목에 장해 등급에 따라 추가로 지급되는 급여도 신설해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전량 수출하거나 연구용으로 생산돼 국민에게 노출될 우려가 낮은 생활 화학제품을 신고·승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생활 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의결했다.

대신 세제, 워셔액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안전 확인 대상 생활 화학제품은 주요 성분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단위를 공장 등 시설에서 사업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도 개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