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부터 석유 수출을 하루 1000만 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사우디는 러시아와 석유 전쟁을 벌이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는 하루 평균 석유 수출량이 700만 배럴 수준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석유 수출량을 40% 이상 늘리겠다는 뜻이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원유 수출이 하루 1000만 배럴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러시아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뒤 오히려 공격적인 증산 계획을 밝히며 석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는 앞서 "4월부터 하루 산유량을 123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사우디가 자국에서 소비하는 석유는 하루 315만 배럴 수준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산유량을 더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국제 유가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9.6%(3.03달러) 하락한 2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 선이 붕괴된 것으로,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다바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급락세인 국제 유가와 관련해 "우리는 배럴당 30달러에도 아주 편안하다"며 "현재 저유가로도 투자자의 기대와 약속한 배당금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사우디의 재정균형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이상이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매우 낮은 유가도 견딜 수 있고 장기간 저유가를 유지할 수 있다"며 "추가 설비 지출 없이도 하루 1200만 배럴 수준을 1년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람코 경영진이 저유가 국면에도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유가 반등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