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에 고개 숙이는 은행들…"주52시간 유예 필요"[이슈+]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소상공인 등)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를 집행하는 은행 지점 대출 담당자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루에도 '대출 언제 나오냐'라는 항의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있다. 담당자들은 앞서 처리한 대출이 문제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안고 있다. 여기에 신속한 대출을 주문하는 금융당국 지시가 하루가 멀다하고 내려오면서 대출 집행 현황을 보고하는 업무까지 늘어났다.

한 시중은행의 가산디지털단지 지점에서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지난 16일 단골 식당 주인의 소상공인 대출 신청을 처리하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도움을 받기 위해 왔는데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 한도가 신청 금액의 절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당초 1000만원 가량의 대출을 원하셨는데 신용등급이 7등급으로 낮아 500만원도 나올까 말까"라면서 "이마저도 심사가 밀려 있어 빨라야 다음 달에야 나올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떨구는 식당 주인에게 김 과장은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원하는 만큼 한도가 나오지 않아 죄송하고, 원하는 때에 빨리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화를 내거나 우는 분들도 있어 무거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연일 적극적이고 신속한 금융 지원을 당부하고 있지만 일선 대출 담당자들은 과부하에 걸린 상태다. 대출 신청 건수가 평상시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업무가 많아진 데다 연체율 상승 등 부실에 대한 책임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동대문구 지점의 최모 부부장은 "코로나 사태로 대출 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저녁 8시면 시스템이 종료된다. 한시적으로 유예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소극적으로 일하게 된다는 고백도 있다. 동작구의 한 지점장은 "위에서는 눈치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직원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면서 "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험 탓에 다들 소극적으로 일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