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등 3곳 승리로 샌더스와 격차 더 벌리며 독주체제 가속화
코로나19로 인한 경선 연기·투표율 영향 등 후보 간 유불리 주목

파죽의 4연승 바이든 '대세론 굳히기'…코로나19 여파가 변수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17일(현지시간) 3개 주의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또 꺾었다.

바이든은 지난 3일 14개 주가 경선을 치른 '슈퍼 화요일'에 10곳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고 지난주 '미니 화요일'에도 6곳 중 5곳 승리를 거머쥔 데 이어 이날까지 압승, 대세론을 더욱 굳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승리를 한 이후 파죽의 4연승이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의원 219명이 걸린 플로리다, 155명의 일리노이, 67명의 애리조나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날 싹쓸이 승리로 바이든은 샌더스 의원을 크게 따돌리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 확정을 향한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 기준 바이든은 1천121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839명에 그친 샌더스를 크게 앞섰다.

대선후보 '매직 넘버'는 1천991명이다.

AP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는 샌더스 의원에게 또 다른 타격"이라며 흑인과 백인 노동자 계층이 바이든 편을 들면서 샌더스의 초기 기세는 증발해버렸다고 평가했다.

샌더스가 주된 지지층인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것도 패인의 하나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히스패닉의 경우 이날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승부처 플로리다에서 유권자의 20%에 달했지만, 여론조사는 오히려 바이든이 앞섰다.

이는 멕시코 출신이 많은 다른 지역과 달리 플로리다는 쿠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넘어온 이들이 많은데 그들은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에게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백인 유권자가 많은 1·2차 경선에서 참패하며 위기에 몰렸던 바이든은 유색 인종 비율이 늘어난 3차 네바다 경선에서 2위로 올라선 후 최대 지지 기반인 흑인 유권자가 과반을 차지한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첫 승리를 달성, 기사회생했다.

이후 '중도 진영 단일화'로 샌더스와 양강 구도를 만든 뒤 슈퍼 화요일 이후 승기를 잡았다.

경쟁 후보들의 사퇴 후 지지 선언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주류를 대표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한 바이든이 샌더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독주 체제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AP는 바이든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부활한 뒤 민주당 기득권층이 11월 대선 때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한 최고의 선택으로 바이든 뒤에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 지지층이 확고한 공화당, 진보 지지자가 확실한 민주당 간에 중도 표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질 대선에선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보다 중도 성향 바이든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샌더스는 연패의 늪에 빠지며 동력을 급속히 잃는 분위기여서 경선을 계속 이어갈지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플로리다 등 3곳의 패배는 타격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죽의 4연승 바이든 '대세론 굳히기'…코로나19 여파가 변수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경선 진행과 흥행에도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우선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경선을 연기하는 주가 속출하고 있다.

루이지애나가 내달 4일 치를 예정이던 경선을 6월 20일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조지아가 5월로, 켄터키와 메릴랜드가 6월로 각각 일정을 연기했다.

애초 이날 경선을 치를 예정이던 오하이오의 경우 하루 전날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6월로 연기하겠다고 전격 결정하면서 경선이 연기됐다.

잇따른 경선 연기가 바이든의 연승, 샌더스의 연패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

코로나19가 투표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날 경선에서도 투표소에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플로리다에선 자원봉사자가 대거 이탈하고 선거 관리를 맡은 직원까지 나타나지 않는 등 투표 관리 차질도 빚어졌다.

투표소가 폐쇄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지기도 했다.

투표율 변수는 노인층 지지자가 많은 바이든과 젊은 층의 호응을 받는 샌더스의 득표율과도 연관될 수 있다.

직접 투표가 위축되면서 투표율 하락을 막기 위해 조기 투표나 우편 투표, 부재자 투표 등 대안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경선을 치른 시카고의 경우 유권자들의 조기 투표와 우편 투표 신청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플로리다주도 110만명이 조기 또는 우편 투표에 참여해 2016년 경선 당시 89만명보다 증가했다.

AP는 코로나19 변수와 관련, "이번 경선은 미국인들의 생활을 셧다운(폐쇄)시킨 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려는 노력과 충돌하면서 민주당 경선이 직면한 엄청난 불확실성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코로나19는 향후 바이든과 샌더스의 선거운동 일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이들은 직접 대중을 만나는 대형 유세나 타운홀 미팅 대신 온라인을 활용한 '디지털 랠리', '텔레 타운홀' 만남 등을 가져왔다.

바이든은 가까운 장래에 어떤 행사를 열 것인지 발표하지 않았으며 샌더스는 코로나19 관련 법안 투표를 위해 워싱턴DC에 있을 예정이라고 WP는 전했다.

WP는 "두 민주당 후보는 다가오는 몇 주 동안 선거운동 윤곽과 관련해 수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향후 일정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죽의 4연승 바이든 '대세론 굳히기'…코로나19 여파가 변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