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 입법 국회 청원
"자녀 양육의무 저버린 부모, 상속 받지 못하도록 해야"
구 씨는 18일 법률대리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를 통해 민법 상속편 개정안 일명 '구하라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친모와 구하라의 유산 상속 문제로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인 구 씨가 소송에서 나아가 입법 청원에 나선 것.
구 씨는 앞서 친모가 구하라가 9살에 집을 나가 20여 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친모의 가출로 구 씨 남매는 친척집을 떠돌며 자라야 했다. 구하라가 데뷔 전 친척 집에서 힘들게 연습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모습은 방송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친모는 구 씨 남매의 양육과 재산 형성에 20년 넘게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구하라가 생을 마감한 후 빈소로 찾아와 유산 상속을 요구했다는 게 구 씨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 경우에만 상속결격사유를 인정한다. 구 씨는 "지난 20년 동안 양육 의무를 저버린 친모는 유산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행 민법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를 제안한 것.
구 씨 측은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방기한 부모가 있다 하더라도, 자녀가 사고 등으로 부모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보상금을 비롯한 그 자녀의 재산은 자녀를 버린 부모에게도 상속되게 되고, 이러한 결과는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법상 상속 결격 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게을리한) 자'를 추가하고, 상속권을 갖는 부모 한쪽의 기여도를 인정해 양육 책임을 방기한 다른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는 기여분제도의 범위도 넓히자"고 제안했다.
입법청원이 국회에 정식 접수돼 심사되려면 30일간 10만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입법 청원이 국회를 통과해 '구하라법'이 만들어져도 구 씨의 사건에 바로 적용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씨가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한 건 구 씨 남매가 겪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의 법률대리인인 노 변호사는 한경닷컴과 전화 통화에서 "소급적용이 안된다는 원칙에 따라 친모와 진행 중인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재판에는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월호 때도 그렇고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아픔을 또 겪지 않도록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입법 청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구하라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그 동안 하라양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어린 관심과 도움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아울러 향후 적절한 시기에 저희들이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친모 측이 상속분을 포기할 경우 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저희들의 입장도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법무법인 에스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십니까, 구하라양 오빠의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입니다.
지난 3월 12일 저희는 하라양 오빠가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당시 말씀드렸던 부분 중 일명 '구하라법' 관련 입법청원 진행 상황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2020년 3월 18일 국회에 '구하라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을 하였습니다.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오랫동안 다하지 못한 부모가 있다 하더라도, 자녀가 사고 등으로 부모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보상금을 비롯한 자녀의 재산은 그 자녀를 버린 부모에게 상속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자녀양육에 대한 자신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도 자녀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그 부모가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합니다.
이에 저희는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사건을 진행하면서 이와 함께 일명 '구하라법'(민법 상속편 일부 개정안)의 제정을 청원하게 되었습니다.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제도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결격사유를 인정하고 있고, 민법 제1008조의2의 기여분 제도(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분 산정에 있어서 그 기여분을 가산하여 주는 제도)는 법원이 엄격한 요건 하에 특별한 기여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천안함 사건,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순국 장병과 어린 학생들에게 주어진 보상금이 실제로 그 장병과 학생들을 키운 분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수십년 전 해당 자녀들을 버리고 떠났던 직계존속에게 전달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민법상 상속결격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자"를 추가하고(민법 제1004조 제6호 신설), 기여분 제도의 문구를 기존의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서 "공동상속인 중에 다른 공동상속인에 비하여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것으로 인정되거나 다른 공동상속인에 비 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로 변경하여 기여의 개념을 단순한 "특별한 기여"라는 개념에서 다른 공동상속인과 비교하여 결정되는 상대적 개념으로 바꾸어 기여분의 인정범위를 넓히고자 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1항 수정).
물론 구하라법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하라양의 가족들이 진행하고 있는 본 사건에 개정된 법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고 평생을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고통받았던 하라양과 같은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양의 이름이 우리 사회를 보다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부합하는 곳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입법청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유사한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음에도 지난 10여년 간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답답함도 이번에 풀어보고 싶습니다.
저희의 입법청원을 통하여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가족제도와 상속제도의 변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금번 입법청원을 통하여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불러 일으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제안드립니다.
입법청원이 국회에 정식으로 접수되어 심사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30일간 10만명의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구하라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그 동안 하라양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어린 관심과 도움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입법청원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울러 향후 적절한 시기에 저희가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친모 측이 상속분을 포기할 경우 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저희들의 입장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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