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항공사 승무원 80%는 '휴직중'…아시아나 신입은 입사하자마자 "쉬세요"
“승무원이 되려고 2년 동안 준비했어요. 드디어 꿈을 이루나 싶었는데,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니까 휴직을 권하더군요.”

작년 말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객실 승무원 214기와 215기 77명은 비행기 한 번 타보지 못한 채 전원 무급휴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의 하늘길이 마비된 탓이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승무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의 객실승무원은 총 1만5000여 명이다. 이 중 3분의 1인 5000여 명이 유급이나 무급 휴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휴직은 아니지만 비행 일정이 없어 '스케줄 오프(비근무)' 상태에 있는 승무원을 포함하면 80% 이상이 사실상 휴직 상태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평소 한 달 비행시간이 80시간이었는데 이달은 20시간으로 줄었다”며 “다음 비행 일정은 2주 뒤에 있다”고 말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9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회사의 생존을 위해 부득이 임직원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밝히자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승무원들의 이달 비행시간은 평균 76시간에서 15시간으로 5분의 1 토막 났다.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로 마지막 동아줄인 일본 노선마저 끊어지면서 국제선 운항이 아예 중단됐기 때문이다.

비행수당 비중이 높은 승무원 급여 특성상 생계에 곤란을 겪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LCC 승무원은 “이달 월급에서 세금을 제외하면 120만~130만원 받을 것 같다”며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 승무원 채용 소식도 뚝 끊겼다.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를 제외하면 현재 승무원 채용 공고를 낸 항공사는 한 곳도 없다. 예년이면 3월 채용을 시작해야 하지만 기존 승무원도 유휴인력이 된 마당에 신입사원을 뽑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승무원 지망생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올해 채용이 아예 없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신입 승무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을 뽑을 때 1~2년간의 인턴(계약직) 기간을 거쳐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데 일반적인 전환율은 90%대였다. 하지만 올해는 정규직 전환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승무원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다.

최만수/이선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