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자본금 한도를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다섯 배로 늘린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등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탈석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 시행 등 비용 절감 조치를 한 데 이어 자본시장에서 본격적인 ‘실탄 확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행 주식 및 CB·BW 한도 확대

두산중공업, 자본금 한도 10조로 증액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권주식(발행할 주식의 총수)을 현재 4억 주에서 20억 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액면가는 5000원으로 유지한다. 이 안건이 정기 주총을 통과하면 두산중공업의 자본금 한도는 현재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어난다. IB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정기 주총에 CB와 BW의 발행 한도를 각각 기존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는 안건도 올렸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BW는 주식을 매입할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회사채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두산중공업이 CB와 BW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이런 움직임은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막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시장에서는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 회사채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2015년 발행한 6000억원 규모 공모 외화사채의 만기는 다음달이다. 이 외화사채의 지급 보증을 섰던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출을 통해 상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IB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 2017년 발행한 BW에 대한 일부 조기 상환 청구에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절감 등 자구책 시행

두산중공업은 자본 확충과 함께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일부 직원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휴직하는 안에 대해 노동조합에 협의를 요청했다. 당시 나왔던 ‘일부 휴업 검토’라는 표현이 시장에서는 일부 조업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통용되며 우려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일부 휴업’이라는 표현은 ‘일부 직원의 휴업 및 휴직’이라는 뜻인데, 어감상 조업 중단이라는 오해를 샀다”고 해명했다.

시장에서는 탈원전 정책 등에 따른 두산중공업의 업황 부진이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주)두산과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드는 등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실적 부진에도 18조53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보다 6.2%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19억원으로 2018년보다 7.3% 증가했고, 3년 연속으로 1조원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810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