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AI 활용해 주택 수급 '핀셋 처방'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은 범용적 기반기술이 되고 있다. 인터넷처럼 모든 기술을 혁신하는 보편적 동력이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AI는 일자리를 줄이기보다 인터넷이 그런 것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금융 유통의 일자리는 줄지만 제조, 교육, 의료, 서비스, 공공 분야 일자리는 늘어난다.

미국은 글로벌 경쟁 우위를 위한 ‘AI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작년 6월에 국가 AI 연구개발(R&D) 전략을 개정 발표했다. 전 산업에 걸쳐 AI 개발, 테스트 지원,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자율주행, 드론, 농업, 해양, 금융, 기상 등 모든 분야가 대상이다. 직무전환, 인재 양성, 기술 윤리, 사람과 AI 간 공존 연구 등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FAMGA(페이스북, 애플, MS, 구글, 아마존)는 AI 관련 스타트업을 계속 인수하며 주도권을 넓히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월 초 디지털 전환을 위한 데이터 및 AI 전략을 발표했다. AI의 우수성에 바탕을 두고,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방적 민주적 사회, 신뢰성 높은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EU는 10대 전략 분야로 산업, 기후환경, 모빌리티, 보건, 금융, 에너지, 농업, 공공행정, 오픈 사이언스 등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AI산업은 거대한 자체 시장을 바탕으로 2030년께 AI 이론, 기술 응용, 혁신 등에서 미국과 함께 글로벌 선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디지털 정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국민 서비스, 공공부문 마이데이터, 시민 참여 플랫폼, 현장 중심 스마트 업무환경, 클라우드와 디지털 서비스, 개방형 데이터 및 서비스 생태계 등 향상에 주력한다. 산업은 제조, 중소기업, 바이오 의료, 도시 물류, 농수산, 문화콘텐츠, 국방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개정돼 올 8월부터 시행된다. EU도 개인정보 보호 규정인 GDPR법을 2018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월부터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법인 CCPA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 의회와 행정부도 연방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부동산으로 좁혀보자. 2017년 6월 포브스는 ‘가장 혁신적인 성장기업 20개’ 중에 부동산정보기업을 3개나 선정했다. 영국 라이트무브가 1위, 미국 질로와 코스타가 각각 13위, 15위다. 2009년부터 시행한 정부 데이터 오픈 정책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비저블시티는 고객의 개발 부지에 최적의 설계안을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 기록, 교통, 밀도, 노후도, 용도, 가격, 소셜미디어 등을 수집해 그려낸다. VTS는 토지주와 중개인들이 자신의 임대 현황을 실시간으로 올려 임대 정보, 협상 방법, 데이터를 비교 공유하고, 자산 가치를 예측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콤프스택은 특정 공간의 임대료 지침을 제공하고, 크레디피는 부동산 금융 위험을 줄여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사사키는 지역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설계에 반영한다. 해피코는 고객 부동산을 정기적으로 추적 분석해 시각화된 자산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라베트는 건설비 대출 과정을 단순화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콘에디슨은 정전 사태를 30초 전에 예고해 시스템 방어시간을 벌어준다. 그 외에 부동산의 거래 절차, 중개, 감정평가, 대출, 보험, 공증 절차도 디지털로 간소화되고 있다.

뉴욕대는 미국 최대 규모 민간개발 사업인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개발 방향을 제안한다. 비정형 데이터까지 수집해 입주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화한다. 에어비앤비는 200개 국가, 450만 개 방의 데이터를 분석해 방주인에게 예약 가능성과 숙박 가격을 알려준다. 개별 고객에게 과거 경험을 분석해 여행지, 숙박 가격, 이벤트, 맛집 등을 추천한다.

탄소 배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스마트빌딩은 작은 데이터까지 관리한다. 에너지와 물 사용을 줄여 비용을 절감한다. 앱을 활용해 입주자를 위한 고객 응대, 회의실, 음식, 운동, 취미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구글과 아마존 등 IT 기업이 직접 주택과 스마트 도시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항저우시 등 5개 도시에서 실시간 도로 상황을 수집해 교통신호를 관리하고, 쿠알라룸푸르에도 수출하고 있다.

빅데이터·AI 활용해 주택 수급 '핀셋 처방'
한국은 도시 부동산 비중이 국민 자산의 90%를 차지하지만 빅데이터와 AI의 역할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잠재력은 크다. 지금 지역별, 부동산 형태별로 부동산 공급 과잉 또는 부족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도 미국과 영국처럼 공공 데이터를 과감하게 오픈해 관련 분야의 데이터를 축적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공급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서울은 직장인을 위한 주택이 절대 부족한데 비어 있는 상가는 많다. 보존 위주의 도시재생으로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도 심하다. 지방의 인구 감소 도시는 여전히 확장이 계속돼 공실과 자산 디플레 현상이 심하다. 빅데이터와 AI를 통한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민성 <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