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유럽 인기
▽ 100억 들여 2만명 발 데이터 연구 투자
▽ 미국에선 '최고의 트레킹화'로 선정
▽ 지난해 세계 아웃도어 시장 12위 '성장'
이는 노르웨이의 한 스포츠 아울렛 매장의 SNS 광고 문구다. 해당 등산화를 만드는 건 한국 기업의 트렉스타다.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기자와 만나 "유럽 현지에서 노스페이스 콜롬비아 살레와 등 해외 최정상 아웃도어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기술력을 앞세운 경쟁력 덕에 유럽 최대 백화점인 엘 꼬르떼 잉글레스에도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1994년 부산에서 시작한 트렉스타는 국내와 해외 온갖 험지를 누비고 있다. 처음 해외 진출국은 일본이었다. 주말마다 등산가는 게 익숙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계획을 세워 등산에 나서는 만큼 장비를 깐깐하게 고르는 편이다. 트렉스타의 이볼루션 제품은 방수가 잘 되고 투습이 좋다는 점에서 등산화 단일품목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권 대표는 "해외에 진출한 뒤 2015년까지 일본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며 "이볼루션 고어텍스는 일본에서만 50만 켤레 이상을 팔았다"고 밝혔다.
이는 트렉스타의 혁신 기술 덕분이다. 2003년 미국 보아사와 아웃도어 신발에 다이얼을 장착한 제품을 공동 개발했다. 그 전엔 스키부츠나 골프화에만 끈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장착돼 있었다.
2016년엔 핸즈프리 신발로 세계 최대 스포츠·아웃도어 박람회인 독일 ISPO 박람회에서 황금상 및 아시아 제품상을 받았다. 핸즈프리 신발은 발로 조작하는 버튼과 다이얼을 장착해 손을 대지 않고 신고 벗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2010년 사람들의 발 모양에 맞춘 '네스팟'을 개발해 북유럽 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현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유럽 외에 미국 남미 동남아를 비롯해 해외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580만 달러(약 7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630억원)의 12%를 차지한다. 족수 기준으로는 해외에서 나간 트렉스타 제품은 19만6112족에 달한다. 곽 대표는 "족수로 따지면 해외에서 팔린 등산화가 더 많은 수준"이라며 "신어보면 편하기 때문에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 발 편한 등산화…미국 '최고 트레킹화' 평가
이처럼 트렉스타가 해외에서 등산화를 많이 팔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력에 있다. 사람의 맨 발 형태를 본 딴 네스핏(NESFIT) 제품도 개발 기간에만 5년이나 걸렸다. 네스핏을 적용하면 발의 피로도와 족적압력이 모두 30% 감소한다.
그는 "100억원을 들여 2만명의 발의 데이터를 확보, 그들의 발을 평균내서 만든 게 네스핏"이라며 "발이 얼마나 안으로 들어가 있는 지 등을 파악해 만들어서, 오래 신더라도 발의 족적압력을 30% 줄여 피로도를 확연하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스핏은 해외 지역별로 모양이 다르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유럽용 네스핏을 만들기 위해 스페인에 가서 측정 기계를 들고 비슷한 표본을 추려냈다"며 "일본에서도 후지산으로 가 2만명의 데이터를 확보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네스핏을 각각 다르게 만든 이유는 발이 편한 등산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권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우 유럽 브랜드의 등산화를 신으면 발이 아플 수 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당발 형태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발모양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지역별로 인솔 등 다른 제품도 다 다르게 생산하고 있다.
네스핏 덕에 미국에서 트렉스타 제품은 '최고의 트레킹 워킹화'로 선정됐다. 2013년 미국 대표의 트레일 전문 저널인 '트레일 러너 매거진'에서 트렉스타 싱크(SYNC)는 살로몬 노스페이스 등 유명 아웃도어 업체들을 제쳤다. 트렉스타 싱크는 네스핏 기술과 IST 기술을 접목시킨 워킹화다.
IST(Independent Suspension Technology) 기술은 신발 바닥 부분에 있는 여러 개 쿠션들이 지면에 밟히는 장애물에 맞춰 상하로 움직이는 형태다. 산행 중 실족에 따른 사고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신발 중창 부분에 해당 기술을 내장한 것이다. 지난해엔 T-SPIKE(티스파이크)도 개발했다. T-SPIKE는 밑창에 아이젠이 결합된 형태로, 다이얼로 아이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를 빼거나 넣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개발 기간에만 5년이 소요됐다. 그는 "밑창에 붙은 침 자체가 튼튼해야 하고, 들어가서도 지면에 끌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겨울에 테스트를 거쳐 수정하는 등 개발 비용에도 20~30억원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 군화 납품도 전개하고 있다. 권 대표는 "러시아 군화의 완제품은 현지에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군화에 들어가는 안창이나 바닥창은 우리가 공급하고 있다"며 "노르웨이 일본 스웨덴 스페인은 군화 완제품을 납품했고, 다음달 노르웨이와 스웨덴에 추가 입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군화 시장에선 독일 이탈리아 회사와 경쟁을 벌인다. 완제품을 받으면 기관에서 테스트를 거쳐 군인들에게 직접 신어보도록 한다. 그는 "200명으로 구성된 부대에 한 달 반씩 4개 브랜드를 신어보도록 해 꼼꼼하게 평가하는 편으로, 지난해 겨울엔 모든 업체가 다 탈락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병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제품이 가장 좋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땀이 찬다는 얘기가 있어 이전 제품보다 투습도를 높였고, 안에 버선 모양의 부티(booti)를 넣었다 뺄 수 있도록 해 방수 기능도 확대했다"며 "이렇게 세심하게 만든 업체는 우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트렉스타는 국내에서도 군화를 비롯해 경찰관과 소방관이 사용하는 신발도 납품하고 있다. ◆ 유럽선 아이들도 신는 '등산화'
이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트렉스타는 아웃도어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의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10조원 정도로 우리나라(3조원) 대비 3배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등산할 때만 등산화를 신지만, 유럽의 경우 운동화 대신 캐주얼 등산화를 많이 신을 정도로 대중화돼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이들도 많이 신는다. 권 대표는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도 아웃도어 등산화를 많이 신는다"며 "눈이 많이 오는 만큼, 길이 미끄러워 넘어지지 말라는 의미에서 부모들이 많이 신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백화점 엘 꼬르떼 잉글레스에서도 트렉스타 제품은 판매되고 있다. 그는 "세계 4대 백화점 중 하나인 엘 꼬르테 잉글레스는 고객들이 많은 구역에서 우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끈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 제품이 많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선 500개 아웃도어 편집숍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판매를 전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어텍스의 유럽 판매 라이센스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고어텍스의 경우 새로운 소비자층을 창출해야 그 지역의 라이센스를 주게 돼 있다"며 "우리는 네스핏이나 아이스그립 IST라는 기술로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3년간 고어텍스 측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 판매 라이센스를 받은 곳은 아시아에서 트렉스타가 처음이자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트렉스타는 베트남 호치민·하노이와 미얀마 2곳 태국 중국 남방 공장에서 등산화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미얀마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유럽으로 수출된다. 군화는 국내 부산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 동남아 터키 러시아 폴란드 등 진출국 확대
지난해 트렉스타는 세계 유명 아웃도어 잡지 컴파스(COMPASS)가 판매액 단위로 집계한 아웃도어 시장에서 12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선 1위다. 권 대표는 "50위권 내 트렉스타가 유일한 아시아 회사로, 일본은 물론 중국 업체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트렉스타는 세계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동남아 시장도 저변을 보다 더 넓혀갈 방침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폴 홍콩에도 판매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 트레킹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현재 소량으로만 판매했지만,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엔 터키 폴란드 그리스 러시아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또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근엔 등산화 외에 등산의류나 장갑 등도 선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영국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기존 판매 업체 대신 더 좋은 업체로 교체했다"며 "유럽은 인구도 많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5배까지는 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해외에서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면서 매출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권동칠 대표는 "현재 99%가 오프라인에서 판매하지만, 올해부터 온라인에 판매를 나설 계획"이라며 "5년 뒤엔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