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집에도 못갔지만…다시 대관식 준비하는 태권스타 이대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넉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더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제 길을 간다.

태권도 스타 이대훈(28·대전시청)도 마찬가지다.

태권도 대표팀은 지난 1월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대회가 끝난 뒤 2월 2일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선수들은 초반 2주 정도는 외출도 하고 평소처럼 지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국내에서도 커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대훈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한 달 동안 집에도 못 갔다"고 밝혔다.

이 기간 이대훈이 선수촌 밖에 나간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이대훈은 "선수촌에 오래 있다 보니 머리가 길어 운동하기가 불편해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팀 허락을 받고 잠깐 나가 자르고 왔다"고 말했다.

최근 타 종목 국가대표팀 지도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자와 외부 동선이 겹치면서 선수촌 밖에서 자가 격리 조처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져 앞으로 선수들은 외박은 물론 외출도 더 어려워졌다.

한달간 집에도 못갔지만…다시 대관식 준비하는 태권스타 이대훈
이대훈은 지난해 5월 결혼도 했다.

그는 "아내와 하루에 두세 번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좀 답답하기도 하지만 모두 조심해야 할 때라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2010년부터 11년째 태권도 종주국의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이대훈은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한국 태권도선수가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은퇴한 '여제' 황경선과 남자 중량급 간판이었던 차동민에 이어 이대훈이 세 번째다.

이대훈에게 도쿄 대회에는 선수로서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의 취소나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훈은 "선수들도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진짜냐'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확정된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것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면서 "선생님들도 '우리가 해야 할 준비만 하면 된다'고 해서 똑같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선수단 상황을 전했다.

이대훈은 역대 최다인 네 번이나 세계태권도연맹(WT)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세계적인 스타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서보지 못했다.

남자 58㎏급에 출전한 런던 대회에서는 은메달, 남자 68㎏급에 나선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 선수가 이대훈이라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다.

한달간 집에도 못갔지만…다시 대관식 준비하는 태권스타 이대훈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일찌감치 정상을 밟아본 이대훈은 올림픽 금메달만 목에 걸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선 두 번의 '대관식' 기회를 놓쳤다.

이대훈이 도쿄올림픽을 더욱 벼르고 있는 이유다.

이대훈은 "아무래도 세 번째 올림픽이라 편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더 독한 마음을 먹게 되는 듯하다"고 밝혔다.

결혼하기 전 이대훈은 우승을 못 해도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뛰면 만족해했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분명한 목표를 두고 일등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야지,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자꾸 지는 것이다'라는, 운동도 안 해본 동갑내기 아내의 조언이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지금은 "도쿄올림픽은 무조건 금메달만 생각한다"는 것이 이대훈의 각오다.

이대훈은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국민을 위해서도 올림픽 준비를 게을리할 수 없다.

그는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대처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온 국민이 다 같이 힘을 합쳐 노력하니 더 빠르게 잠잠해지리라 믿는다"면서 "모두가 조금만 더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