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위와 합치고…감독 독립성 법으로 보장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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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甲 금융감독원 대해부
(4·끝) 금감원 쇄신 위한 제언
(4·끝) 금감원 쇄신 위한 제언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합쳐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슈퍼갑 금융감독원 대해부’ 시리즈를 게재한 뒤 금융업계 종사자와 전·현직 금감원 관계자 등이 내놓은 공통된 의견이다. 금감원이 금융사고 예방과 건전성 감독에 집중하기보다는 금융회사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금감원이 현재는 감독·검사 업무에 치중한 나머지 금융회사 영업과 경영전략의 발목을 붙잡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금융정책 입안 권한이 생기면 금융시장 발전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감원·금융위 통합 필요
금융위는 금융위원회설치법에 근거해 금융회사 감독·검사 업무를 금감원에 위탁했다. 금융위는 정책 입안과 감독집행 업무 모두를 담당하고, 금감원은 감독 업무만 맡고 있다. 감독 업무만 하다보니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금융사고에 대한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징계에 치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감독기관 회의에 가보면 감독 업무만 하고 있는 곳은 한국 금감원뿐”이라며 “금융정책을 함께 맡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독 권한도 제한적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다. 이 가운데 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 전결로 가능하지만 직무정지와 해임권고를 하려면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감원 선에서 징계를 내릴 때도 금융위 관계자가 참석하도록 돼 있다. 금감원의 한 퇴직 임원은 “금융위 선에서 징계 수위가 깎일 수도 있으니 우선 세게 제재하고 보자는 인식이 금감원 내부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과 금융위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치면 금감원의 권한 남용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성 확보, 법으로 보장해야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치려면 독립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 등 외풍에 시달리는 ‘정치 감독’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금감원의 독립성을 한국은행처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법 3조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이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별도의 설치근거법이 없다. 금융위 산하기관인 만큼 금융위 설치법에 포함돼 있다. 금감원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선 나와 있지만 독립성을 보장하는 조항은 없다.
법 명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A교수는 “한은의 독립성이 한은법에 명시된 것도 1997년에 이르러서였다”며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도 끊임없이 정치권과 관료들을 설득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한때 ‘재무부의 남대문출장소’로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독립성이 떨어졌다. 통화신용정책을 둘러싼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1988년엔 한은 직원들이 ‘중앙은행 중립성 보장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전국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1997년 한은의 중립성 보장이 법에 명기되고 재정경제원 장관 대신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됐다.
제도와 사람이 같이 바뀌어야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금감원 임직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권위주의적인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대관업무 담당자는 “금감원 관계자들이 검사를 나오기 전에는 자신들이 앉을 자리 배치도까지 보내온다”며 “심지어 슬리퍼를 준비시키는 일도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을 철저히 하려는 모습보다는 금융회사 직원들로부터 ‘대접’을 받기 위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적지 않다.
금감원의 구두지시 관행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추후에 법적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금감원의 지시 증거가 남아 있지 않으니 금융회사 담당자들만 곤란한 상황에 몰린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금감원 지시에 맞춰 고객을 응대했다가 이 고객이 분쟁조정 신청을 하자 금감원 담당자가 해당 내용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 적이 있다”며 “모든 지시를 공문 형태로 보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영/임현우 기자 nyusos@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슈퍼갑 금융감독원 대해부’ 시리즈를 게재한 뒤 금융업계 종사자와 전·현직 금감원 관계자 등이 내놓은 공통된 의견이다. 금감원이 금융사고 예방과 건전성 감독에 집중하기보다는 금융회사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금감원이 현재는 감독·검사 업무에 치중한 나머지 금융회사 영업과 경영전략의 발목을 붙잡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금융정책 입안 권한이 생기면 금융시장 발전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감원·금융위 통합 필요
금융위는 금융위원회설치법에 근거해 금융회사 감독·검사 업무를 금감원에 위탁했다. 금융위는 정책 입안과 감독집행 업무 모두를 담당하고, 금감원은 감독 업무만 맡고 있다. 감독 업무만 하다보니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금융사고에 대한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징계에 치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감독기관 회의에 가보면 감독 업무만 하고 있는 곳은 한국 금감원뿐”이라며 “금융정책을 함께 맡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독 권한도 제한적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다. 이 가운데 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 전결로 가능하지만 직무정지와 해임권고를 하려면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감원 선에서 징계를 내릴 때도 금융위 관계자가 참석하도록 돼 있다. 금감원의 한 퇴직 임원은 “금융위 선에서 징계 수위가 깎일 수도 있으니 우선 세게 제재하고 보자는 인식이 금감원 내부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과 금융위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치면 금감원의 권한 남용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성 확보, 법으로 보장해야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치려면 독립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 등 외풍에 시달리는 ‘정치 감독’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금감원의 독립성을 한국은행처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법 3조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이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별도의 설치근거법이 없다. 금융위 산하기관인 만큼 금융위 설치법에 포함돼 있다. 금감원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선 나와 있지만 독립성을 보장하는 조항은 없다.
법 명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A교수는 “한은의 독립성이 한은법에 명시된 것도 1997년에 이르러서였다”며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도 끊임없이 정치권과 관료들을 설득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한때 ‘재무부의 남대문출장소’로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독립성이 떨어졌다. 통화신용정책을 둘러싼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1988년엔 한은 직원들이 ‘중앙은행 중립성 보장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전국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1997년 한은의 중립성 보장이 법에 명기되고 재정경제원 장관 대신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됐다.
제도와 사람이 같이 바뀌어야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금감원 임직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권위주의적인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대관업무 담당자는 “금감원 관계자들이 검사를 나오기 전에는 자신들이 앉을 자리 배치도까지 보내온다”며 “심지어 슬리퍼를 준비시키는 일도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을 철저히 하려는 모습보다는 금융회사 직원들로부터 ‘대접’을 받기 위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적지 않다.
금감원의 구두지시 관행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추후에 법적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금감원의 지시 증거가 남아 있지 않으니 금융회사 담당자들만 곤란한 상황에 몰린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금감원 지시에 맞춰 고객을 응대했다가 이 고객이 분쟁조정 신청을 하자 금감원 담당자가 해당 내용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 적이 있다”며 “모든 지시를 공문 형태로 보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영/임현우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