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당사에서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뿌리치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한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을 놓고 모 정당인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빚어왔다.  /연합뉴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당사에서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뿌리치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한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을 놓고 모 정당인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빚어왔다. /연합뉴스
한선교 대표 등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4·15 총선 공천 갈등의 책임을 지고 19일 총사퇴했다. 한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놓고 모(母)정당 격인 미래통합당과 충돌을 빚어왔다. 미래한국당 최고위원 4명은 이날 비례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인단이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안을 부결시킨 직후 한 대표가 물러나겠다고 하자 총사퇴를 결정했다. 한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통합당 지도부가 비례 후보 교체를 요구해온 데 대해 “한 줌도 안 되는 야당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개혁을 막았다”고 했다. 미래한국당은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할 계획이다.

한선교 “통합당 지도부, 가소롭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정치 인생의 마지막에 당과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도중 통합당 지도부를 겨냥해 “가소로운 자들”이란 단어를 여러 번 썼다. 다만 한 대표는 “황교안 대표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통합당과의 갈등을 촉발한 비례 명부에 대해선 “열 번 넘게 봐도 괜찮은 공천이었다”고 했다. ‘당 안팎의 사퇴 압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통합당 불만이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이날 미래한국당 공천안 찬반 투표에는 선거인단 100명 중 61명이 참여했다.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는 1표였다. 공천안이 통과되려면 선거인단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미래한국당 관계자는 “공천안 부결은 사실상 한 대표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 전 발언에서 “이번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의석수가 20석을 넘어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만 해왔다”며 “내가 정치를 하기 위해 내 사람을 공천했다고 판단한다면 (공천안을) 부결시켜달라”고 했다.

투표에 부쳐진 공천안은 공관위가 전날 당 최고위의 재의(再議) 요구에 따라 순번을 조정한 명단이었다. 당초 당선권(20번) 밖이었던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3번)과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8번), 정경희 전 국사편찬위원(17번),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20번)이 20번 안에 포함됐다. 정 전 위원을 뺀 나머지 세 명은 통합당 영입 인사다.

그러나 통합당 측은 이날 새 명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통합당 출신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상당수가 공천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에서 미래한국당 비례 공천에 대해 “국민의 기대와 먼 결과”라며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합당 내부에선 이날도 ‘공천안이 전면 재조정되지 않는다면 제2 비례 정당을 창당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 대표는 사퇴 회견에서 “20번 이내 후보 명단은 더 이상 고치지 말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일부 통합당 인사를 향해 “자기 측근을 (명단에) 갖다 박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비례 명부 재조정 불가피

미래한국당은 한 대표 사퇴 발표 직후 최고위를 열고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다. 조훈현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천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 대표 사퇴 회견을 전후해 통합당 원유철, 정갑윤, 염동열, 장석춘 의원 4명은 탈당해 미래한국당에 입당했다. 이로써 미래한국당 현역은 종전 5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미래한국당 관계자는 “내일(20일) 의총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식으로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원내대표에는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원유철 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황(친황교안)계’로 분류되는 원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대표가 지명 권한을 가진 사무총장엔 통합당의 인사 영입을 주도했던 염동열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총선이 26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미래한국당 비례 공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일각에선 공병호 공관위원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공 위원장은 “낙담하지 않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계속 보완 작업을 해서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며 교체설을 일축했다. 통합당 관계자도 “공천에 더 이상 개입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어렵다”고 했다. 공 위원장은 “(통합당 측에서) 5명을 더 뽑아달라고 하면 더 뽑아줄 수 있다”고 해 공천안 재수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통합당 관계자는 “한 대표 사퇴로 양당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일단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