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없는 수직낙하…"이런 경우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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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달한 공포심리
외국인 '팔자'에 코스피 8%↓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큰 낙폭
11년 만에 1500선도 깨져
외국인 '팔자'에 코스피 8%↓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큰 낙폭
11년 만에 1500선도 깨져
19일 코스피지수가 8% 넘게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와 자금난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최우선시하며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탓이다. 한국 원화 가치가 주변국 통화보다 가파르게 떨어져 국내 증시 낙폭이 유달리 컸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가 끝없이 이어지자 주식 매수에 나서려는 주체는 사라졌다. 공포심리가 극에 달한 분위기다.
증시 한 관계자는 “과거 경제·금융위기 때도 지수 낙폭이 컸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이렇다 할 반등조차 없이 수직낙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손절매할 새도 없이 급하게 떨어지다 보니 국내 투자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에 놀란 코스피
이날 코스피지수는 133.56포인트(8.39%) 하락한 1457.64로 마감했다.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다. 전날 16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하루 만에 또 1500선이 붕괴했다. 1500선이 깨진 것은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약 11년 만이다.
지난 13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동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하락률이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인 8%를 넘어서면 20분간 거래가 정지된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56.79포인트(11.71%) 내린 428.35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33.7%로 커졌다. 지난 1월 고점 대비 하락률은 35.7%에 이른다. 역대 위기 때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세지만 조정이 멈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바닥까지 왔나 했더니 끝없이 지하로 추락하는 느낌”(증권사 한 애널리스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코로나19에 유가 폭락, 환율 급등 등 악재가 끊임없이 쏟아지며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폭락장은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달러로 돈을 챙겨가는 외국인 투자자로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환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침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순매도를 자극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환율이 오른다면 외국인 순매도가 더 쏟아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년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1285원70전에 마감했다. 금융위기 때는 달러당 1400~1500원까지 올랐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 국내 증시 낙폭이 유달리 컸던 원인도 환율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2% 올라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 주변국 중 통화가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0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8%), 호주 ASX200지수(-3.44%), 대만 자취안지수(-5.83%) 등은 국내 증시 대비 선방했다. 13일 일본을 포함해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과 달리 이날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만 발동됐다.
외국인 ‘현금 확보’ 매도세 계속될 것
증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이미 기업 이익 등 펀더멘털(내재가치)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져 바닥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비교 가능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낙폭으로 당시 고점 대비 54.5% 하락했다. 이번에도 그만큼 떨어진다면 110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 주체들의 목표가 ‘생존’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세계 유일의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은 뭐든지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급감에 기업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글로벌 펀드 운용사들도 고객들의 환매 요청에 보유 자산을 내던지고 있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1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자산운용사(투신)들도 올 들어 가장 많은 1799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유동성이 충분한 장기 투자자는 조금씩 분할 매수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공포에 휩쓸려 더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장기 투자자는 분할 매수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증시 한 관계자는 “과거 경제·금융위기 때도 지수 낙폭이 컸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이렇다 할 반등조차 없이 수직낙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손절매할 새도 없이 급하게 떨어지다 보니 국내 투자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에 놀란 코스피
이날 코스피지수는 133.56포인트(8.39%) 하락한 1457.64로 마감했다.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다. 전날 16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하루 만에 또 1500선이 붕괴했다. 1500선이 깨진 것은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약 11년 만이다.
지난 13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동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하락률이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인 8%를 넘어서면 20분간 거래가 정지된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56.79포인트(11.71%) 내린 428.35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33.7%로 커졌다. 지난 1월 고점 대비 하락률은 35.7%에 이른다. 역대 위기 때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세지만 조정이 멈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바닥까지 왔나 했더니 끝없이 지하로 추락하는 느낌”(증권사 한 애널리스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코로나19에 유가 폭락, 환율 급등 등 악재가 끊임없이 쏟아지며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폭락장은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달러로 돈을 챙겨가는 외국인 투자자로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환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침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순매도를 자극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환율이 오른다면 외국인 순매도가 더 쏟아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년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1285원70전에 마감했다. 금융위기 때는 달러당 1400~1500원까지 올랐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 국내 증시 낙폭이 유달리 컸던 원인도 환율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2% 올라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 주변국 중 통화가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0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8%), 호주 ASX200지수(-3.44%), 대만 자취안지수(-5.83%) 등은 국내 증시 대비 선방했다. 13일 일본을 포함해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과 달리 이날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만 발동됐다.
외국인 ‘현금 확보’ 매도세 계속될 것
증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이미 기업 이익 등 펀더멘털(내재가치)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져 바닥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비교 가능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낙폭으로 당시 고점 대비 54.5% 하락했다. 이번에도 그만큼 떨어진다면 110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 주체들의 목표가 ‘생존’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세계 유일의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은 뭐든지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급감에 기업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글로벌 펀드 운용사들도 고객들의 환매 요청에 보유 자산을 내던지고 있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1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자산운용사(투신)들도 올 들어 가장 많은 1799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유동성이 충분한 장기 투자자는 조금씩 분할 매수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공포에 휩쓸려 더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장기 투자자는 분할 매수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