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며 급식 우유를 공급하는 우유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초중고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계약된 우유 납품물량 계약금은 1145억원에 달한다. 업계가 추산하는 급식 소비 우유는 200ml 기준으로 1800만개 가량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이 전체 우유급식 물량의 50%, 30%를 책임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연세우유, 건국유업, 매일유업 등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급식 우유를 통한 '학교'라는 판매처가 막히자 업체들은 잔여 원유를 멸균우유나 탈지분유로 만드는 방법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초고온 멸균법으로 일반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을 사멸시켜 장기간 상온 보관이 가능하도록 한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약 10주다. 급식 우유로 공급되는 카톤팩(종이) 우유의 유통기한이 7~10일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긴 셈이다.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해 건조시켜 가루로 만드는 탈지분유도 업계가 고려중인 대응책 중 하나다. 탈지분유는 1년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여기에 물을 부으면 다시 우유(환원유)로 사용할 수 있다. 환원유는 일반 우유보다 맛이 연하고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관계자는 멸균우유 제조든 탈지분유 제조든 '울며 겨자먹기'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 만들든 재가공 공정이 필요하고, 포장단가 등의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애초에 공장 제조 계획은 일반 우유로 잡혀있는데 짧은 시간 안에 계획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유의 원재료가 되는 원유 생산량도 크게 늘어나 수요가 적은데 공급은 많아진 상황까지 연출됐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3월 1~8일 기준 원유 생산량은 549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톤 늘었다.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원유 생산량이 소폭 증가한 것이다.

우유업계와 낙농가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임시 판로라도 개척해 급식 분량의 우유를 소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 겸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낙농가에 원유 생산을 줄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우유를 소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멸균유나 탈지분유로 재가공하더라도 장기간 저장하는데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라면서 "군대급식이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급식처를 임시 판매처로 활용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효율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