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허덕이는 전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미 달러화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공포감이 커지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과 국채까지 팔아치우며 달러 확보에 나섰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상 카드를 쏟아내는 것도 달러 품귀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중앙은행 등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란 한쪽 또는 양쪽에서 상대국 통화가 부족할 경우 정해진 한도 내에서 양국이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와의 통화스와프가 가장 이상적인데, 이 경우 상대국 입장에선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계약 규모는 한국, 호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스웨덴 중앙은행이 600억달러(약 76조원), 덴마크, 노르웨이,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300억달러(약 38조원)이며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연준은 이미 EU(유럽연합), 영국,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 5개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이번 추가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미국은 유럽 대부분 국가에 달러화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통화스와프에도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다. 불안감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날 CNBC는 전 세계가 달러에 달려들어 달러 강세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람들이 공포 심리에 화장지를 사재기하듯, 일부 기관은 지금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달러를 원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일 상승세다. 이날 달러 인덱스는 102.7로 올랐다. 95였던 9일에 비하면 열흘 만에 8%가 올랐다.

때문에 통화스와프 등 연준의 정책효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금융시장 전반의 '투매'가 본격화한 상황에서는 '달러화 쏠림'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0.3.18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0.3.18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를 들여다봐도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된 배경에는 극단적인 달러 사재기 현상이 있었다. 이달 5일부터 19일까지 11거래일간 8조6000억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고 외환시장에 몰려들었다.

게다가 국내 은행과 기업들도 달러를 한 푼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19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개장과 함께 11원 넘게 급등한 환율은 장중 한때 1291원마저 뚫고 올라갔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내 은행, 기업들은 달러 값이 오르고 있어 늦게 환전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 더욱 다급하게 달러를 사려 했다. 모두가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 수출 업체들도 달러를 내놓지 않았다. 반대로 수입 업체는 달러 결제를 빨리 마치려고 달려들었다. 시장엔 오직 달러 '사자'만 있고, '팔자'는 없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시적 안전장치일 뿐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시작 단계다.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지금부터 미국과 스와프 규모를 늘리는 협상을 다시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