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가 손편지와 핫라인 덕분이라니 [조재길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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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앙은행, 위기 전이 막으려 신속 대응
2008년처럼 14개국 대상···사실상 32개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건 한일 스와프”
2008년처럼 14개국 대상···사실상 32개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건 한일 스와프”
어젯밤 외신을 통해 타전됐던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은 국내 금융시장에 커다란 안도감을 줬습니다. 통화 스와프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죠.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섰고 주가는 반등했습니다. 불길처럼 번지던 공포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해외 9개 중앙은행을 상대로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기로 긴급 결정했다”며 “금융 불안의 전이를 막기 위한 발빠른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미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통화 스와프 확대가 좀 다른 양상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직접 손편지를 보냈고, 므누신 장관이 감동한 결과였다는 겁니다. 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의장간 끈끈한 핫라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 총재 역시 20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자면담 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건 조금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도 “파월 의장과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라인 같은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국제 공조를 주도한 한국은행, 또 이를 적극 지원하며 국내 공조에 나섰던 기획재정부를 격려한다. 비상한 시기에 ‘경제 중대본’의 사명감이 이룬 결실이다.”고 했습니다. 또 “한은은 그간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경제 상황에 책임 있게 대응해 위상을 강화해 왔는데 이번 성과 역시 그 결과라고 본다. 수고 많으셨다.”고 격려했습니다.
사실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던 건 미 중앙은행입니다. 미 국채를 5000억달러 이상 긴급 매입키로 한 데 이어 신속한 추가 조치를 내놓은 겁니다. 이번 대책은 2008년 처음 체결했던 '똑같은 중앙은행들'과 통화 스와프를 다시 체결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원하던 정책 중 하나였죠.
이번에 미국이 통화 스와프 계약에 나선 국가는 한국 외에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모두 9개국입니다. 2008년과 같은 국가들이죠. 2008년엔 여기에 더해 캐나다, 영국, 유럽, 일본, 스위스와도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는데, 이들 5개국의 경우 상시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9개국만 긴급히 추가한 겁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가는 총 14곳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9개국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총 32개국이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는 것이죠. 미국의 우방이면서, 경제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는 대부분 미국과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다는 의미입니다.
미 중앙은행이 맺은 통화 스와프의 계약 기간은 일단 오는 9월 19일까지(6개월)입니다. 특별히 변수가 없다면 한두 차례 연장될 게 확실시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두 차례 연장됐고, 최종적으로 2010년 2월 1일 종료됐지요. 당시 달러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한국의 금융시장은 '맹방'인 미국에서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번 한미 간 계약에 따라 한국이 체결한 통화 스와프는 8개국으로 늘게 됐습니다. 캐나다(사전 한도 없음), 미국(600억달러), 스위스(106억달러 상당), 중국(560억달러 상당), 오스트레일리아(호주·81억달러 상당), 말레이시아(47억달러 상당), 인도네시아(100억달러 상당), 아랍에미리트(UAE·54억달러 상당) 등이지요. 별도로 다자간 통화 스와프(CMIM)를 아세안+3국가(384억달러, 13개국)와 맺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선 최근 고조되는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를 대처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08년 10월 말에도 달러당 최고 1467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직후 이틀간 200원 떨어졌으나 한 달도 안돼 전 고점을 뚫었으니까요. 환율은 당해 11월 24일 달러당 1515원을 넘어섰습니다.
2008년보다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전세계 외환보유액 2위국인 일본과 통화 스와프를 거론조차 하지 못하는 건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3423억달러로, 한국(4091억달러) 대비 3배가 넘습니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세계 1~3위 국가 중 일본과만 통화 스와프를 맺지 못한 겁니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으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완전 중단을 선언했지요. 2016년 당시 '아쉬웠던' 한국이 일본 정부에 통화 스와프 재체결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2017년 부산 주한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협상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와 한은이 자신들의 공이 아닌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로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란 지적이 많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처럼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이날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례적으로 쓴소리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해외 9개 중앙은행을 상대로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기로 긴급 결정했다”며 “금융 불안의 전이를 막기 위한 발빠른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미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통화 스와프 확대가 좀 다른 양상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직접 손편지를 보냈고, 므누신 장관이 감동한 결과였다는 겁니다. 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의장간 끈끈한 핫라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 총재 역시 20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자면담 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건 조금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도 “파월 의장과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라인 같은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국제 공조를 주도한 한국은행, 또 이를 적극 지원하며 국내 공조에 나섰던 기획재정부를 격려한다. 비상한 시기에 ‘경제 중대본’의 사명감이 이룬 결실이다.”고 했습니다. 또 “한은은 그간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경제 상황에 책임 있게 대응해 위상을 강화해 왔는데 이번 성과 역시 그 결과라고 본다. 수고 많으셨다.”고 격려했습니다.
사실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던 건 미 중앙은행입니다. 미 국채를 5000억달러 이상 긴급 매입키로 한 데 이어 신속한 추가 조치를 내놓은 겁니다. 이번 대책은 2008년 처음 체결했던 '똑같은 중앙은행들'과 통화 스와프를 다시 체결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원하던 정책 중 하나였죠.
이번에 미국이 통화 스와프 계약에 나선 국가는 한국 외에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모두 9개국입니다. 2008년과 같은 국가들이죠. 2008년엔 여기에 더해 캐나다, 영국, 유럽, 일본, 스위스와도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는데, 이들 5개국의 경우 상시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9개국만 긴급히 추가한 겁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가는 총 14곳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9개국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총 32개국이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는 것이죠. 미국의 우방이면서, 경제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는 대부분 미국과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다는 의미입니다.
미 중앙은행이 맺은 통화 스와프의 계약 기간은 일단 오는 9월 19일까지(6개월)입니다. 특별히 변수가 없다면 한두 차례 연장될 게 확실시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두 차례 연장됐고, 최종적으로 2010년 2월 1일 종료됐지요. 당시 달러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한국의 금융시장은 '맹방'인 미국에서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번 한미 간 계약에 따라 한국이 체결한 통화 스와프는 8개국으로 늘게 됐습니다. 캐나다(사전 한도 없음), 미국(600억달러), 스위스(106억달러 상당), 중국(560억달러 상당), 오스트레일리아(호주·81억달러 상당), 말레이시아(47억달러 상당), 인도네시아(100억달러 상당), 아랍에미리트(UAE·54억달러 상당) 등이지요. 별도로 다자간 통화 스와프(CMIM)를 아세안+3국가(384억달러, 13개국)와 맺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선 최근 고조되는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를 대처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08년 10월 말에도 달러당 최고 1467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직후 이틀간 200원 떨어졌으나 한 달도 안돼 전 고점을 뚫었으니까요. 환율은 당해 11월 24일 달러당 1515원을 넘어섰습니다.
2008년보다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전세계 외환보유액 2위국인 일본과 통화 스와프를 거론조차 하지 못하는 건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3423억달러로, 한국(4091억달러) 대비 3배가 넘습니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세계 1~3위 국가 중 일본과만 통화 스와프를 맺지 못한 겁니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으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완전 중단을 선언했지요. 2016년 당시 '아쉬웠던' 한국이 일본 정부에 통화 스와프 재체결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2017년 부산 주한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협상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와 한은이 자신들의 공이 아닌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로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란 지적이 많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처럼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이날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례적으로 쓴소리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