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환매중단 펀드서 수백억 몰래 빼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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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조사 중 '대담한 범행'
'라임 錢主' 김 회장 회사에 투자
金, 투자된 자금 횡령해 잠적
'라임 錢主' 김 회장 회사에 투자
金, 투자된 자금 횡령해 잠적
라임자산운용이 올해 1월 환매 중단 펀드에서 고객돈을 빼내 코스닥 기업인 스타모빌리티 등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 사태의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김모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다. 김 회장은 라임의 투자를 받은 뒤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라임이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펀드 자금 일부로 코스닥 기업 자금 횡령을 지원한 것이다. 더구나 이 일은 금융감독원의 라임 사태 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벌어졌다. “라임펀드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라임은 지난 1월 13일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1차로 195억원을 빼내 김 회장이 실질 사주인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에 투자했다. 나흘 뒤인 1월 17일엔 라임 아바타 운용사로 불리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 펀드는 김 회장이 지배하는 또 다른 코스닥 기업 에이프런티어(옛 영인프런티어)에 자금 600억원을 투입했다. 각각 사모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김 회장 측으로 들어간 자금 일부는 환매 중단된 부실 라임펀드(1조6000억원대)에서 흘러나왔다. 펀드 투자자들에게는 최대한 빠르게 자산을 팔아 돈을 돌려주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전주(錢主)’ 김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라임 사단’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회사는 각각 자금 횡령 혐의와 외부감사인 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채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면 라임펀드 고객 자금 상당액이 모두 날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라임펀드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금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金회장 지배하는 스타모빌리티·에이프런티어 '상장폐지' 진행 중
라임의 스타모빌리티 투자금은 ‘라임 플루토 FI D-1호’ 펀드에서 빼냈다. 작년 10월 환매중단된 라임 플루토 펀드는 실체가 불투명한 비상장 사모사채와 부동산 등에 1조원 가까이 투자했다가 손실이 막대한 펀드다.
에이프런티어 600억원 투자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 펀드를 활용했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라임, KB증권 등과 코스닥 부실 기업 투자에 연계 투자해 외형을 키워온 운용사다. 그동안 ‘라임펀드→포트코리아펀드→KB증권→코스닥기업’ 구조의 연계 투자를 했다가 덜미가 잡혔었다.
포트코리아운용은 이번 에이프런티어 투자에서도 KB증권을 내세우고 뒤로 숨었다. KB증권은 이 펀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따라 6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금감원은 TRS 담보로 잡힌 펀드 자금이 라임 환매중단 펀드에서 나온 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펀드 수익자와 라임 환매중단 펀드, 김 회장 사이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임의 스타모빌리티 투자는 금융감독원이 부실 라임펀드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 전에 일어난 일이다. 라임은 금감원 조사를 받는 가운데도 거리낌 없이 대놓고 고객 돈을 빼냈다.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인 김 회장은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녹취록에서 ‘라임을 움직이는 배후 실세’로 거론된 인물이다.
라임의 후속 투자 두 달 만에 김 회장이 지배하는 코스닥시장 기업들은 사달이 났다. 스타모빌리티, 에이프런티어 모두 거래정지된 채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 18일 김 회장의 517억원 횡령 혐의가 불거졌고, 에이프런티어는 19일 지난 사업연도 감사에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았다. 라임은 올 1월 투자한 195억원 이외에도 지난해 400억원을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했다.
부실 라임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고객 돈으로 코스닥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한 뒤 돈을 뒤로 빼내 펀드 투자자를 두 번 울린 셈”이라며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벌어진 것이란 점에서 감독당국의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뒤늦게 라임 검사에 나선 뒤 반년 뒤에야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라임에 대한 제재도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잠적한 뒤 라임은 원종준 대표와 김모 본부장 등 기존 경영진과 운용진이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김 본부장 등은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임직원 펀드를 따로 운용해 수백억원을 뒤로 챙긴 혐의를 받는 인물로 이번 스타모빌리티 등의 투자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회장이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과시하며 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이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김 회장과 고향 친구인 금감원 팀장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그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근무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단순히 금감원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관리 감독이 미흡했다는 식으로 넘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라임이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펀드 자금 일부로 코스닥 기업 자금 횡령을 지원한 것이다. 더구나 이 일은 금융감독원의 라임 사태 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벌어졌다. “라임펀드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라임은 지난 1월 13일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1차로 195억원을 빼내 김 회장이 실질 사주인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에 투자했다. 나흘 뒤인 1월 17일엔 라임 아바타 운용사로 불리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 펀드는 김 회장이 지배하는 또 다른 코스닥 기업 에이프런티어(옛 영인프런티어)에 자금 600억원을 투입했다. 각각 사모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김 회장 측으로 들어간 자금 일부는 환매 중단된 부실 라임펀드(1조6000억원대)에서 흘러나왔다. 펀드 투자자들에게는 최대한 빠르게 자산을 팔아 돈을 돌려주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전주(錢主)’ 김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라임 사단’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회사는 각각 자금 횡령 혐의와 외부감사인 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채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면 라임펀드 고객 자금 상당액이 모두 날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라임펀드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금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金회장 지배하는 스타모빌리티·에이프런티어 '상장폐지' 진행 중
라임의 스타모빌리티 투자금은 ‘라임 플루토 FI D-1호’ 펀드에서 빼냈다. 작년 10월 환매중단된 라임 플루토 펀드는 실체가 불투명한 비상장 사모사채와 부동산 등에 1조원 가까이 투자했다가 손실이 막대한 펀드다.
에이프런티어 600억원 투자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 펀드를 활용했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라임, KB증권 등과 코스닥 부실 기업 투자에 연계 투자해 외형을 키워온 운용사다. 그동안 ‘라임펀드→포트코리아펀드→KB증권→코스닥기업’ 구조의 연계 투자를 했다가 덜미가 잡혔었다.
포트코리아운용은 이번 에이프런티어 투자에서도 KB증권을 내세우고 뒤로 숨었다. KB증권은 이 펀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따라 6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금감원은 TRS 담보로 잡힌 펀드 자금이 라임 환매중단 펀드에서 나온 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펀드 수익자와 라임 환매중단 펀드, 김 회장 사이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임의 스타모빌리티 투자는 금융감독원이 부실 라임펀드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 전에 일어난 일이다. 라임은 금감원 조사를 받는 가운데도 거리낌 없이 대놓고 고객 돈을 빼냈다.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인 김 회장은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녹취록에서 ‘라임을 움직이는 배후 실세’로 거론된 인물이다.
라임의 후속 투자 두 달 만에 김 회장이 지배하는 코스닥시장 기업들은 사달이 났다. 스타모빌리티, 에이프런티어 모두 거래정지된 채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 18일 김 회장의 517억원 횡령 혐의가 불거졌고, 에이프런티어는 19일 지난 사업연도 감사에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았다. 라임은 올 1월 투자한 195억원 이외에도 지난해 400억원을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했다.
부실 라임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고객 돈으로 코스닥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한 뒤 돈을 뒤로 빼내 펀드 투자자를 두 번 울린 셈”이라며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벌어진 것이란 점에서 감독당국의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뒤늦게 라임 검사에 나선 뒤 반년 뒤에야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라임에 대한 제재도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잠적한 뒤 라임은 원종준 대표와 김모 본부장 등 기존 경영진과 운용진이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김 본부장 등은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임직원 펀드를 따로 운용해 수백억원을 뒤로 챙긴 혐의를 받는 인물로 이번 스타모빌리티 등의 투자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회장이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과시하며 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이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김 회장과 고향 친구인 금감원 팀장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그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근무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단순히 금감원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관리 감독이 미흡했다는 식으로 넘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