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시장, 음원업계발 변화 바람…창작자들 기대·신중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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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정산방식 변경 추진…플로, 실시간 차트 폐지
음원 사재기 논란, 실시간 차트 왜곡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진 음악 시장에 최근 음원 업계 후발주자들의 변화 시도가 이어져 눈길을 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음악 서비스 '바이브'는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을 손질하겠다고 나섰고 SK텔레콤의 음악 플랫폼 플로는 차트 순위 집계 방식을 바꿨다.
그간 왜곡된 음악 시장 구조에 피로감을 토로한 음악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시도에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음악 시장에 만연한 불신에 대해 구조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이 많다.
◇ 네이버 '인별 정산' 취지엔 공감…실제 생태계 개선엔 "지켜봐야"
현재 음원 사용료 35%는 멜론이나 바이브 등 플랫폼이 가져가고, 65%가 작곡·작사가, 음반 제작자, 가수 등 창작자 몫으로 주어진다.
국내 음원 업체들은 전체 재생 횟수에서 특정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창작자 몫을 배분(비례배분제)한다.
전체 이용자가 낸 총 이용요금을 플랫폼의 총 재생수로 나눠 일괄적으로 곡당 단가를 산정한 뒤 해당 음원의 재생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새로 도입하겠다는 제도는 이와 달리 개인의 이용요금과 음원 사용 내역을 일일이 따져 정산하는 '인별 정산'이다.
자신이 낸 요금은 실제로 자신이 들은 음원의 창작자에게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사용되는 비례배분제는 차트 상위 뮤지션들에 이익이 쏠리는 구조라는 게 네이버 측 주장이다.
일례로 특정 달에 인기 아이돌 그룹이나 정상급 가수 앨범이 출시돼 음원 사이트 총 재생수가 늘어난다면 인디 음악인의 수익 비중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음악인들도 이런 정산구조 개편 취지 자체는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기존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이 옳은 방법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윤 부회장은 "전체 창작자가 더 받게 될지는 애매하다"며 "지금까지 정산방식은 차트 100위 안에 있는 팀들이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였다면, 새 방식은 순위권에는 못 들었지만 듣는 사람이 있는, 차트 100∼300위권 팀들에게 더 가게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실제로 비주류 뮤지션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새 정산방식이 더 유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메이저부터 인디 레이블까지 창작자들 입장도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한 제작자는 "기존 정산방식에서 유리했던 건 인기가수들이기 때문에 (창작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그럼에도 (정산 구조가) 계속 개선돼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새 정산방식을 도입하려면 음악 저작권자들을 대변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 신탁단체들과 합의해야 하지만, 아직 본격적 협의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 신탁단체 측은 저작권자들의 의견을 듣고 실제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검증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음원 사재기 근절은 '글쎄'…"과열 계속될 수도"
새로운 방식이 가요계 고질적 의혹인 음원 사재기 근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인별 정산 방식을 도입하면 차트 상위권에 올라야 할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음원 사재기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플로도 최근 '짧은 시간 내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행위를 줄이기 위한 차트 개편을 선보였다.
플로가 지난 18일 도입한 '플로차트'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비정상적 재생 이력을 순위 산정에서 제외하고, 1시간 단위 음악재생 횟수가 아니라 24시간 누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차트를 산정한다.
다만 기존 실시간 차트처럼 1시간 단위로 차트를 갱신하는 방식은 유지했다.
그간 음악계에서는 음원 사재기 근절을 위해서는 실시간 차트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일단 차트 상위에 진입하면 음원 수익뿐만 아니라 막대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쉽게 사재기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동환 부회장은 "플로가 비정상적 청취를 감지하고 걸러내겠다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이뤄지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차트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과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음악계 관계자들은 "실시간 차트가 일간 차트로 바뀐다면 일간에 맞춘 사재기가 또 나올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플로에서는 차트 개편 이후 오히려 인기 아이돌 그룹 NCT 127 신보의 최상위권 '줄 세우기'가 계속되는 현상도 빚어졌다.
24시간 누적 차트가 적용되며 밤샘 스트리밍을 하는 아이돌 팬덤 영향력이 오히려 강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플로 측은 이에 대해 "AI 로직을 향후 계속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팬덤의 음악 소비도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플로와 바이브의 시도를 업계 후발주자들의 이슈 선점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멜론과 지니 등 업계 선두그룹이 음악시장 변화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으로 지난달 월간활성사용자(MAU)는 멜론이 618만명, 지니뮤직은 284만명, 플로 177만명, 벅스 43만명, 바이브 34만명이다.
멜론은 "많은 의견을 경청하며 좋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니는 "기술적인 보완 등을 통해 음원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네이버가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음악 서비스 '바이브'는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을 손질하겠다고 나섰고 SK텔레콤의 음악 플랫폼 플로는 차트 순위 집계 방식을 바꿨다.
그간 왜곡된 음악 시장 구조에 피로감을 토로한 음악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시도에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음악 시장에 만연한 불신에 대해 구조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이 많다.
◇ 네이버 '인별 정산' 취지엔 공감…실제 생태계 개선엔 "지켜봐야"
현재 음원 사용료 35%는 멜론이나 바이브 등 플랫폼이 가져가고, 65%가 작곡·작사가, 음반 제작자, 가수 등 창작자 몫으로 주어진다.
국내 음원 업체들은 전체 재생 횟수에서 특정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창작자 몫을 배분(비례배분제)한다.
전체 이용자가 낸 총 이용요금을 플랫폼의 총 재생수로 나눠 일괄적으로 곡당 단가를 산정한 뒤 해당 음원의 재생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새로 도입하겠다는 제도는 이와 달리 개인의 이용요금과 음원 사용 내역을 일일이 따져 정산하는 '인별 정산'이다.
자신이 낸 요금은 실제로 자신이 들은 음원의 창작자에게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사용되는 비례배분제는 차트 상위 뮤지션들에 이익이 쏠리는 구조라는 게 네이버 측 주장이다.
일례로 특정 달에 인기 아이돌 그룹이나 정상급 가수 앨범이 출시돼 음원 사이트 총 재생수가 늘어난다면 인디 음악인의 수익 비중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음악인들도 이런 정산구조 개편 취지 자체는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기존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이 옳은 방법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윤 부회장은 "전체 창작자가 더 받게 될지는 애매하다"며 "지금까지 정산방식은 차트 100위 안에 있는 팀들이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였다면, 새 방식은 순위권에는 못 들었지만 듣는 사람이 있는, 차트 100∼300위권 팀들에게 더 가게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실제로 비주류 뮤지션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새 정산방식이 더 유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메이저부터 인디 레이블까지 창작자들 입장도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한 제작자는 "기존 정산방식에서 유리했던 건 인기가수들이기 때문에 (창작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그럼에도 (정산 구조가) 계속 개선돼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새 정산방식을 도입하려면 음악 저작권자들을 대변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 신탁단체들과 합의해야 하지만, 아직 본격적 협의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 신탁단체 측은 저작권자들의 의견을 듣고 실제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검증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음원 사재기 근절은 '글쎄'…"과열 계속될 수도"
새로운 방식이 가요계 고질적 의혹인 음원 사재기 근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인별 정산 방식을 도입하면 차트 상위권에 올라야 할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음원 사재기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플로도 최근 '짧은 시간 내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행위를 줄이기 위한 차트 개편을 선보였다.
플로가 지난 18일 도입한 '플로차트'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비정상적 재생 이력을 순위 산정에서 제외하고, 1시간 단위 음악재생 횟수가 아니라 24시간 누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차트를 산정한다.
다만 기존 실시간 차트처럼 1시간 단위로 차트를 갱신하는 방식은 유지했다.
그간 음악계에서는 음원 사재기 근절을 위해서는 실시간 차트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일단 차트 상위에 진입하면 음원 수익뿐만 아니라 막대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쉽게 사재기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동환 부회장은 "플로가 비정상적 청취를 감지하고 걸러내겠다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이뤄지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차트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과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음악계 관계자들은 "실시간 차트가 일간 차트로 바뀐다면 일간에 맞춘 사재기가 또 나올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플로에서는 차트 개편 이후 오히려 인기 아이돌 그룹 NCT 127 신보의 최상위권 '줄 세우기'가 계속되는 현상도 빚어졌다.
24시간 누적 차트가 적용되며 밤샘 스트리밍을 하는 아이돌 팬덤 영향력이 오히려 강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플로 측은 이에 대해 "AI 로직을 향후 계속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팬덤의 음악 소비도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플로와 바이브의 시도를 업계 후발주자들의 이슈 선점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멜론과 지니 등 업계 선두그룹이 음악시장 변화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으로 지난달 월간활성사용자(MAU)는 멜론이 618만명, 지니뮤직은 284만명, 플로 177만명, 벅스 43만명, 바이브 34만명이다.
멜론은 "많은 의견을 경청하며 좋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니는 "기술적인 보완 등을 통해 음원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