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獨 헤리티지 DLS 투자금 절반 가지급
신한금융투자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판매금액 중 투자금의 50%를 투자자에게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투자 손실이 예상되는 금융상품에 판매사가 먼저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헤리티지 DLS 투자자 총 1523명(개인·법인)에게 투자금 3799억원의 절반인 1899억원을 내년 1월까지 가지급하겠다고 22일 발표했다. 만기가 도래했지만 투자금을 상환받지 못한 고객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결정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사진)은 “투자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고객 손해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신한금융, 獨 헤리티지 DLS 투자금 절반 가지급
헤리티지 DLS는 고성 등 독일 문화재를 매입해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2017년 5월~2018년 12월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및 은행 일곱 곳에서 5000억원어치 이상 판매됐다. 그러다 지난해 7월부터 투자금 상환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독일 시행사 저먼프로퍼티그룹의 채무불이행 탓이다. 투자 물건의 담보권도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나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예상 손실 규모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이번 결정으로 충당금과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고객이 어려울 때 함께하는 책임경영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환급 중단으로 만기가 연장된 투자자 921명(투자금액 2159억원)에 대해 우선적으로 다음달 가지급금 지급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다. 나머지 602명은 만기가 돌아올 때 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다.

관건은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다. 신한금융투자가 최종 회수한 투자금이 가지급금보다 많으면 투자자는 회수액에서 가지급금을 뺀 차액을 추가로 받는다. 다만 회수액이 가지급금보다 적을 경우 투자자가 선지급받은 돈 일부를 신한금융투자에 돌려줘야 한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각 자회사에 금융투자상품의 선정, 판매, 사후관리 과정을 전면 개선하라고도 지시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신한금융투자의 투자자 신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강영연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