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바이러스 극복할 디지털 산업 인프라 절실하다
코로나19의 충격적인 확산 속에서 세계인이 고통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 국민이 대구에서 보여준 서로 돕는 정신과 승차 검진(드라이브 스루 검사) 아이디어에서 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고유의 ‘위기 극복 DNA’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세상을 실물 세상과 디지털 세상으로 나눠 볼 수 있으며, 최근엔 디지털 세상의 경쟁력이 개인과 기업, 국가에 매우 중요하다고 그동안 강조해 왔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공감은 했으나 머리로만 이해하고, 이를 위한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은 가구 인터넷 접속률이 100%에 육박하고 국민의 85%가 스마트폰을 보유한 인터넷 강국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소셜 인프라(사회적 인프라) 차원의 기술로 서로 간의 소식을 전하고 뉴스를 보고 게임하는 것 등에 국한됐다. 디지털 기술이 산업 인프라로서는 아직 자리잡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공장과 기업에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해당 업체가 폐쇄되는 상황을 보면서 디지털산업 인프라 구축이 매우 절실함을 느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매출이 더 떨어져 생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은 주문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이제 전통시장도 디지털 시장을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품목을 주문·구매토록 하고 고객과도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동대문’ ‘디지털 자갈치시장’이 구현돼 전통시장 경쟁력이 온라인상에서도 높아져야 한다. 지급 및 결제는 바이러스 위험이 있는 현금이나 카드를 현장에서 주고받는 일 없이 디지털 화폐나 디지털 카드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공장의 디지털 인프라도 다시 한번 새로워져야 한다. 지식 기반 업무는 대부분 재택근무로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의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1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씩 재택근무를 해오고 있다. 화상회의, 업무공유 등이 디지털적으로 잘 관리돼 생산성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기업들은 근로자가 집이나 외부 어디에 있든지 자신이 일하는 컴퓨터 환경을 똑같이 볼 수 있는 이른바 ‘DaaS(desktop as a service)’ 기술을 통해 ‘BYOD(bring your own device)’를 갖춰 스마트 워크 환경을 구축해 왔다. 내가 사용하는 PC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회사와 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원격강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열악한 온라인 교육에 교수와 학생 모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의료 분야는 변화가 더 절실하다. 원격의료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으나 해외에서는 가능한 원격 진료 및 처방 등이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발목이 잡혔던 게 사실이다. 원격진료가 가능하다면 급하지 않은 환자는 감염 위험을 느끼며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환자들이 병원 가기가 두려운 상황에서 원격으로 처방받고 약을 배달받을 수 있다면 총체적인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자가격리한 사람도 원격으로 의료적 관리가 되고, 서울 의료진이 원격으로 대구에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무엇보다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 와중에라도 그간 우리의 경험을 꼼꼼히 되짚어 또다시 올 수 있는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했던가.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포스트 코로나19’의 세상은 또 다른 세상으로 변화할 것이며 분명한 것은 디지털 기반의 각종 산업, 사회 인프라 요구가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국가의 산업 및 교육, 의료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