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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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독자적인 범여권 비례대표 정당을 표방하는 열린민주당에 본격적으로 선긋기를 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친여 인사가 대거 포함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유감을 표명했고, 총선 후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도 불가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열린민주당에 거부감을 가질 중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열린민주당 공천 대단히 부적절”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민주당에 대해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탈당하고 열린민주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인사들의 복당은 없을 것이고,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도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열린민주당이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당 공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그런 판정을 앞두고 미리 불출마 선언을 하신 분들, 경선에서 탈락한 분들이 그쪽(열린민주당) 예비후보 명단에 들어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최근 열린민주당에 합류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반면 열린민주당은 총선 후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여권 표심을 공략했다.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 “총선까지는 전략적 이별”이라며 “‘함께한다’는 대전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4월 16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저쪽은 친문 인사 앞세우는데…’

민주당 지도부가 열린민주당 창당과 공천에 따른 당내 동요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이날 당 지도부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더불어시민당의 군소정당 출신 인사들이 비례대표 앞 순위에 배치받는 문제를 지적하며 열린민주당의 위협을 부각시켰다. 이들은 “열린민주당이 선명한 친문 인사들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군소정당과 시민추천 후보들로는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을 결집할 수 없다”며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과거 행적을 알 수 없는 ‘듣보잡’ 후보들에게 왜 표를 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럴 바에야 열린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4·15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열린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로, 국민의당(5%)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열린민주당이 부각되면 ‘조국 사태’ 등으로 이탈한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안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시민당 ‘기호 3번’ 노려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의 정당투표 기호를 ‘3번’으로 받아 열린민주당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만큼 의석 수에 따라 1번은 민생당, 2번은 미래한국당이 유력하다. 더불어시민당이 기호 3번을 받으려면 최소 7명의 현역 의원을 수혈받아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산이다. 비례대표 초선인 정은혜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겨 마지막 소명을 다하도록 제명해달라”고 당에 촉구했다.

민주당은 신창현·이규희·이훈 의원을 더불어시민당에 우선 이동시키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이들 세 명의 의원만 당적을 옮기는 방안, 앞서 파견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심기준·정은혜·제윤경·최운열 의원까지 모두 7명이 이동하는 방안을 함께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