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값은 오전 한 때 111.23엔까지 엔화 값이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초 한 때 달러당 101엔대의 엔화강세 국면이 빚어졌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입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달러화 매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3연휴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지난 19일 대비로도 달러당 2엔이 넘는 엔화 가치 하락이 발생했습니다. 달러화는 최근 주요 통화 대비 34년만의 최고 강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9일 발표한 글로벌 무역량을 고려한 명목 실효환율에 따르면 달러화는 지난 17일에 2002년 기록했던 최고치를 웃돌며 플라자 합의 당시인 198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엔화 약세가 되면 일본 경제계의 얼굴엔 ‘화색’이 돌지만 최근 모습은 정반대입니다. 엔화약세·달러화 강세의 원인이 글로벌 투자자들이 운용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달러화를 경쟁적으로 확보하면서 빚어진 비상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국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유사한 모습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유동성이 높은 투자처인 달러화로 투자자금을 철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달러 확보에 혈안이 됐고, 은행 간에도 달러화의 단기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모국으로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금이 왕”이라는 격언이 가장 힘을 받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일본 입장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과감한 금리인하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거의 업어지면서 시장에서 달러 매수의 흐름을 뒤집을 계기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주식시장이 연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부진을 이어가는 점도 유사시 달러화 매수 움직임을 계속 가속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될수록 신흥국 불안이 커진다는 점도 위험 요인입니다. BIS에 따르면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는 3조7800억달러 (약 조원)로 최근 10년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달러화 강세가 진행될수록 현지 통화 상환 부담이 증가해 신흥국의 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연일 세계 각국이 환율 동향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발 대뮤모 전염병의 여파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현실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안한 마음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외환 시장의 불안, 글로벌 경기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김동욱의 일본경제워치]가 2017년 8월 17일(‘금융후진국’ 일본서 외국계 금융사 르네상스 가능할까) 첫 기사를 내놓은 이래 약 2년7개월 만에 397회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가능하면 매일 아침마다 일본 언론에 나온 비교적 가벼운 뉴스,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소식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했습니다만 최근 들어선 무겁고 어두운 소식을 주로 전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일본 경제의 여러 모습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특정 경제 사안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을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해 보고자 노력했습니다만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자신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던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