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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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회원) 추적에 발벗고 나섰다. 경찰은 "'n번방 회원들' 역시 단순 방관자가 아닌 집단 성폭력의 공범이란 여론을 잘 알고 있다"며 "법에 근거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하겠다"라고 했다.

23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텔레그램 단체방 운영자 조모씨를 구속한 뒤 성착취 영상물을 몰래 보기 위해 일명 '박사방' 등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당 청원은 전날(22일)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사상 최다 동의 기록(186만명)을 새로 쓰기도 했다. 그간 가장 많은 참여인원을 기록했던 청원은 작년에 올라왔던 '자유한국당 해산 요청'으로, 당시 183만1900명이 동의했었다.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한 20대 남성 조모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빼돌려 협박하는 수법으로 어린 여학생들까지 가리지 않고 성 착취물을 찍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이런 성착취 음란물을 메신저 텔레그램 단체방에 유통시켜 수억 원대 돈을 챙긴 혐의로 지난 16일 경찰에 체포됐다.

조씨의 악랄한 모습에 분노한 국민들은 일제히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모여 조씨의 얼굴공개와 n번방 가입자 전원에 대한 신상공개 등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n번방'을 개설한 용의자로 알려진 '갓갓'이라는 닉네임의 운영자 인터넷 프로토콜(IP)은 특정했지만 실제 범인 추적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범죄에서는 차명·가명·도명이 횡행한다"며 "IP를 특정했더라도 해당 IP 사용자가 범인이 아닐 수 있어 실제로 검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는 것. 경북지방경찰청의 경우 '갓갓'을 제외한 'n번방' 공범은 여러 명 검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특성과 적용 법 한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은 해외 메신저이기 때문에 협조 요청 등에 한계가 있어 수사에 애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FBI(미국 연방수사국) HSI(미국 국토안보수사국) 등과도 협업해 텔레그램 본사를 확인하고 있는데 본사를 찾게 되면 외교적인 방법을 동원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란 제목으로 동의를 요청한 청원자는 "저는 알아야겠습니다.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수라도 있게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낱낱히 공개해 주십시오"라며 "어디에 살고 어느 직장에 다니며 나이 몇살의 어떻게 생긴 누가 그 n번방에 참여하였는지, 26만명의 범죄자 명단을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원을 올린 국민도 "대한민국 남자들의 삐뚤어진 성관념에 경종을 울려주십시오. 이게 악마가 아니면 무엇이 악마인가요"라고 되물은 뒤 "용의자는 반드시 포토라인에 세워야 합니다. 타인의 수치심을 가벼이 여기는 자에게 인권이란 단어는 사치입니다. 언제까지 두고 보시려고 하십니까"라고 분노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9월 '박사방'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단체방의 유료 회원 수는 1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조씨는 특히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협박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