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싸다고 무작정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순자산) 0.2~0.3배인 종목을 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22개 업종 가운데 19개 업종의 12개월 선행 PBR이 1배를 밑돌고 있다. 전기·가스업이 0.16배로 가장 낮았다. 은행(0.17배), 보험(0.22배), 철강·금속(0.26배), 증권(0.36배), 유통(0.49배) 등도 0.5배에 못 미쳤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 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저(低)PBR주를 적극 매수하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가 있는 전기·전자 업종을 가장 많은 6조원어치 순매수했고 그다음으로 운수장비(약 1조2500억원)와 금융(약 8000억원)을 많이 담았다. 각각 PBR 0.30배와 0.26배인 업종이다. 철강·금속과 전기·가스도 각각 2000억원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PBR이 너무 낮은 종목을 매수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신호보다는 ‘이대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PBR이 너무 낮은 종목은 반등장에서의 성과도 좋지 않았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때 PBR이 0.5배를 밑돈 종목의 44.0%는 이후 반등장에서도 0.5배 미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0.5~0.7배인 종목은 17.3%, 0.7~1배인 종목은 21.8%만 제자리에 머물렀다. PBR이 너무 낮은 종목은 반등장에서도 상승폭이 작았다는 뜻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PBR 0.5배를 지켜낸 기업은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종목은 위기가 지난 뒤 가장 먼저 재평가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기업의 신용 경색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만큼 PBR보다는 재무 건전성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부채비율이 낮고 유동비율은 높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