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창구가 한산하다. 2020.3.9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창구가 한산하다. 2020.3.9 [사진=연합뉴스]
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직면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형항공사까지 비행기를 띄울 곳이 사라지는 등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일부 항공사는 인력 감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날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다.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 이후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 이스타항공은 국내선도 한 달간 띄우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미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LCC도 모든 국제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다. 현재 LCC가 띄우는 국제선 노선 항공편은 제주항공의 인천~도쿄·오사카, 진에어 인천~세부·조호르바루 노선이 전부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하며 LCC들은 경영상 동원 가능한 카드를 모두 썼다. 연차 사용 독려부터 분산 근무제, 무급휴가, 경영진 임금 삭감 및 사표 제출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자 이제는 인력 감축 수순만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달 임직원 급여 60%가 밀린 이스타항공은 3월 임금까지 미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모든 국제선, 국내선을 약 한 달간 비운항키로 하고 희망퇴직까지 검토 중이다.

대형항공사도 마찬가지다. 대형항공사들은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에도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버티고 있어 비교적 타격이 적었다. 하지만 전 세계 하늘길을 막아버린 코로나19 쇼크는 대형항공사도 패닉에 빠지게 했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도착장이 텅 비어 있다. 2020.3.10 [사진=연합뉴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도착장이 텅 비어 있다. 2020.3.10 [사진=연합뉴스]
현재 대한항공은 13개 미주 노선 중 4개 노선, 14개 유럽 노선 중 12개 노선을 비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6개 미주 노선 중 3개 노선, 8개 유럽 노선 중 7개 노선의 운항을 멈췄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1일부터 16일까지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도 운항하지 않기로 해, 해당 기간에 전 유럽 노선을 비운항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올해 하계 시즌 스케줄 편성도 무의미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하계 시즌은 매년 3월 마지막주 일요일부터, 동계 시즌은 매년 10월 마지막주 일요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올해는 이달 28일까지만 동계 시즌이 적용되고 29일부터 하계 시즌 스케줄이 적용된다.

통상 2~3월이 되면 항공사별로 하계 시즌에 운항할 국제선과 국내선의 정기편 스케줄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이 신청한 일정표를 일괄 취합해 인가한 뒤 전체 노선의 운항 규모와 국가별 운항 횟수, 지방공항별 운항 횟수 등을 분석해 언론에 공개한다.

예년 같으면 항공사들도 이에 맞춰 새 시즌의 신규 노선 취항 소식을 알리며 각종 이벤트 준비 등으로 분주하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이 같은 연례행사가 모두 사라졌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LCC에 최대 3000억원 긴급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달 18일에는 항공기 착륙료 20% 감면, 3~5월 항공기 정류료 면제 등 추가 지원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이 같은 대책안이 고사 위기 극복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LCC들은 경영안정자금을 무담보·장기 저리로 긴급 지원해달라는 입장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23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과 힘을 모아 정부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요청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승객이 내리는 즉시 소독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2020.2.3 [사진=제주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승객이 내리는 즉시 소독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2020.2.3 [사진=제주항공]
항공사들은 특히 주요 선진국은 이미 각국 정부가 직접 '항공사 살리기'에 나선 점을 강조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항공업계에 500억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을 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독일은 자국 항공사 대상 무한대 금융 지원에 나섰다. 프랑스 또한 자국 항공사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약속하며 에어프랑스에 11억 유로의 대출을 추진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버틸만큼 버텼다"며 "상식을 뛰어넘는 특단의 조치가 빨리 시행되지 않으면 항공업계의 줄도산 소식이 연이어 들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