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이후 1~2월 상승 멈추고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 속출
노원 ‘청구3차’ 6500만원↓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수천만원 낮아졌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1일 7억6300만원에 손바뀜했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인 올 1월 7억7000만원에 최고가를 찍은 주택형이다. 호가는 7억5000만원까지 밀렸다.
강북구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 전용 84㎡는 2일 7억9500만원에 거래돼 2월 찍은 최고가(8억1100만원) 대비 소폭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주엔 7억5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노원구에서는 1월 4억원에 거래된 ‘상계주공 16단지’ 전용 59㎡가 이달 6일 3억6300만원에 거래됐다. 학원가가 조성된 은행사거리 인근 ‘청구3차’ 전용 84㎡도 1월(9억9000만원) 대비 6500만원 낮은 9억2500만원에 지난 2일 새주인을 찾았다. 저층(2층)이지만 1월 3층 매물이 9억48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매매값이 낮아졌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1~2월 매수 문의가 많았다가 이달 들어선 상담 문의가 절반 넘게 줄었다”며 “예전처럼 집주인이 가격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에서도 집값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노원구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 0.06%로 전주(0.09%)보다 낮아졌다. 강북구는 같은 기간 0.09%에서 0.08%로 조정됐다.
“코로나19 확산 뒤 거래 끊겨”
이들 지역은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다. 강북구 아파트값(한국감정원 기준)은 올해 0.81% 상승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노원구와 도봉구도 각각 0.80%, 0.57% 올랐다. 일부 단지는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12·16 대책의 풍선효과로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쏠린 영향이다. 9억원 이하 아파트는 12·16 대책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유지됐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해도 9억원 이하여서 전세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아 ‘갭투자자’가 대거 모였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달을 기점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꺾였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설명이다. 중계동 K공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이 일부 나오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강남권과 마용성 아파트값이 2억~5억원씩 떨어진 상황도 매수세를 더 위축시켰다. 2018년 8월 입주한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112㎡는 지난달 20일 25억5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1월(30억4000만원) 대비 3개월 만에 5억원 넘게 빠졌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는 이달 4일 14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달(16억3000만원)보다 2억원 떨어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91.8을 기록하며 23주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망가지면 2008년보다 집값 하방 압력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울 부동산 시장이 완전한 하락국면에 진입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기 전체가 나빠져 집값도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다만 서울 외곽지역처럼 개발 호재가 있고 집값 상승폭이 그동안 크지 않았던 지역은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구민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