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단기금융시장에선 기업어음(CP) 금리의 급등세가 지속되는 등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A1등급 CP(91일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1%포인트 뛴 연 1.65%를 나타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도 다음날인 17일(연 1.36%) 이후 1주일 동안 0.29%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가 전날 대비 0.004%포인트 내린 연 2.006%에 마감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의 중장기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90일 이하 단기채인 CP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날 1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회사채와 금융채, 우량 CP 등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10조원어치 펀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산업은행의 회사채 직접 매입 등의 지원 카드도 꺼냈다.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대상 증권사 범위 확대, 증권사의 콜 차입(자기자본의 15%→30%) 및 자산운용사의 콜 론(2%→4%) 한도 확대 등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방안도 내놨다.

이 같은 비상 처방이 회사채 시장과 달리 CP 시장에서 바로 약효를 발휘하지 않는 건 지원내용이 구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매입자산에 우량 CP를 편입하기로 했지만 어디까지 우량등급인지는 언급이 없었다. 발행시장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도 CP를 매입할지 여부 역시 결정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우량기업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과 투자자 모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음달 대책이 어떻게 시행되느냐에 따라 단기금융시장이 안정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SK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CP(전자단기사채 포함) 규모는 약 79조원에 달한다. 비교적 신용도가 낮은 A2-등급 이하 물량만 약 43조원이다. 이 중 28조4595억원어치가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위기의 트리거는 회사채보다 단기채인 CP가 될 것”이라며 “CP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금경색이 이어져 기업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