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한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루 1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한국을 찾는 상황에서 진단검사부터 치료까지 국고로 부담하는 것은 ‘깨진 독에 물 붓기’식 방역 모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적이 계속되자 방역당국은 미국 입국자는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하기로 했다.

입국금지 없이 검사·치료 무료…"韓, 코로나 피난처될 수도"
질병관리본부는 27일부터 미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을 때만 검사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무증상자는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도록 했다. 유럽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모두 검사하도록 한 조치보다 검사 대상이 한결 줄었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유럽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면서 검사 역량이 부족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조치 시행 첫날인 22일 입국자 수는 1444명이었고 이후에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입국하고 있다. 진단검사 비용 16만원을 곱하면 산술적 계산만으로도 진단검사에만 매일 들어가는 비용은 2억원 이상이다. 유럽발 입국자들의 검사를 위해 배치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과 행정인력의 인건비를 고려하면 비용은 더 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무는 임시생활시설의 숙박비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수십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미국발 입국자도 검사 대상에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발 입국자는 하루 2000명이 넘는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입국금지를 하지 않는 이상 해외 유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비용 부담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깨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검역 과정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입국자에 대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치료비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입국금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이상 이를 노리고 일부러 한국행을 택하는 이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출국 관리가 허술한 국가에서는 감염자가 치료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그럼에도 개방성을 유지하되 방역은 철저히 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제외한 모든 곳에 문을 열어놨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2일과 23일 입국자는 각각 9298명, 8941명이었다. 유럽, 미국에 더해 향후 진단검사 대상 지역이 추가된다면 이에 따른 비용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