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적극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기업의 사업환경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신 회장 판단이다.

25일 롯데에 따르면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 회장은 24일 주요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각 계열사 보고를 들은 후 신 회장은 “코로나19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 변화에 대비해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사업 전환)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이어 신 회장은 “다시 강조한다. 비즈니스 전략 변화가 롯데그룹의 이해관계자들과 지속 가능하게 함께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참석했던 임원들은 신 회장 어조는 과거와 달리 강력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이 말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이란 키워드는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란 의미다. 롯데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현재 롯데를 비롯한 기업에 엄청난 위기 요인인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신 회장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코로나19가 소비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며, 현재 롯데의 사업 구조로는 이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적 트렌드가 된 ‘언택트 소비’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영향에 소비자들이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가 사람을 끌어오려고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온라인 쇼핑 시스템을 구축하란 얘기다. 기존 사업이 트렌드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정리하란 뜻도 담겼다.

업계는 과거 롯데가 위기 때 성장한 경험이 있어 사업 재편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자 롯데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남들은 사업 규모를 줄일 때 롯데는 반대로 키웠다. 말레이시아 화학회사 타이탄,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진출 등 현재 롯데를 이끌고 있는 성장 기반도 이 시기에 구축됐다. 신 회장은 “우리가 과거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듯이, 지속 성장을 위한 길을 찾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며 회의를 마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