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세운 與 1호공약이 혁신?…野 건보료 낮추며 보장 확대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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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FROM 100, 민주·통합당 '10대공약' 분석
"차별화 된 공약 없다" 쓴소리
외교·안보 공약 눈에 안 띄고
노동개혁 구체 방안도 없어
"차별화 된 공약 없다" 쓴소리
외교·안보 공약 눈에 안 띄고
노동개혁 구체 방안도 없어
“여당이 ‘혁신’을 공약 1순위로 삼았지만 신·구사업 충돌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미래통합당은 법인세 인하를 내걸면서도 노인복지 확대 등 재정 지출을 늘리는 모순을 보이고 있습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민간 싱크탱크 ‘FROM 100’(대표 정갑영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전문가들이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양대 정당의 4·15 총선 공약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4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 분석’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공약이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할 뿐 아니라 공약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야 공약, 단순 나열 수준”
주제 발표를 맡은 성태윤 교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뚜렷한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총평했다. 성 교수는 “각 당이 공약보다는 정치적 구도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며 “경제 분야 공약도 여러 사안이 나열돼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공약에 대해서는 재정 소요 문제를 지적했다. 성 교수는 “보건 분야에서 건강 목표를 달성하는 국민에게 연간 950억여원 규모 상품권을 나눠주기로 하는 등 대규모 재정 소요 공약이 많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최근 낸 총선 공약집에서 공약 이행에 향후 4년 동안 총 99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 것과 관련, “그 자체로 재정에 부담이 되지만 사업 실행 과정에서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역시 공약 이행에 적지 않은 예산이 지출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통합당은 아직 공약의 전체 재정 소요를 담은 공약집을 내놓지 않았다. 성 교수는 “예비군 훈련수당 지원, 어르신 건강스포츠 이용권 제공 등 추가 재정 지출 공약이 많다”며 “반면 법인세 인하 등 감세를 통해 세수는 줄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민주당이 재원 확보 방안으로 지출 절감과 비과세 항목 정비 등을 내걸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면서 한편으로는 건강보험 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어서 모순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말로만 혁신을 1순위에”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혁신성장을 공약 1순위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발표한 총선공약집에서 공정 포용 안전 평화보다 혁신을 앞순위에 내건 5대 핵심 가치를 설정했다. 10대 공약에서도 ‘벤처 4대 강국 실현’이 첫 번째로 올랐다.
이준기 교수는 “정권 초기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던 혁신을 1번으로 끌고 나온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핀테크, 스마트 모빌리티 등 신사업과 기존 산업 간 충돌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사례를 들었다. 이 교수는 “타다는 여당이 혁신에 따른 사회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며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산업계는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공약은 실종”
전문가들은 공약 이행 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장은 민주당이 공약한 ‘무료 공공 와이파이 제공’에 대해 “영국에서도 비슷한 공약이 나왔다가 철회됐다”며 “이미 와이파이 관련 인프라가 많이 갖춰져 있는데 6000억원을 들여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민주당이 공공자금으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데 국민이 선호하는 지역에 짓지 않으면 주거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갑영 명예특임교수는 “여야 모두 외교·안보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외교적으로 점점 고립돼 가는 모양새인 만큼 남은 선거기간에 양당이 외교·안보 공약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교수는 노동 공약에 대해 “민주당은 정리해고 제한 등 노동 경직성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서 오히려 청년 고용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통합당은 대기업 강성노조의 특권을 없애겠다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임도원/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
민간 싱크탱크 ‘FROM 100’(대표 정갑영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전문가들이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양대 정당의 4·15 총선 공약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4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 분석’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공약이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할 뿐 아니라 공약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야 공약, 단순 나열 수준”
주제 발표를 맡은 성태윤 교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뚜렷한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총평했다. 성 교수는 “각 당이 공약보다는 정치적 구도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며 “경제 분야 공약도 여러 사안이 나열돼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공약에 대해서는 재정 소요 문제를 지적했다. 성 교수는 “보건 분야에서 건강 목표를 달성하는 국민에게 연간 950억여원 규모 상품권을 나눠주기로 하는 등 대규모 재정 소요 공약이 많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최근 낸 총선 공약집에서 공약 이행에 향후 4년 동안 총 99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 것과 관련, “그 자체로 재정에 부담이 되지만 사업 실행 과정에서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역시 공약 이행에 적지 않은 예산이 지출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통합당은 아직 공약의 전체 재정 소요를 담은 공약집을 내놓지 않았다. 성 교수는 “예비군 훈련수당 지원, 어르신 건강스포츠 이용권 제공 등 추가 재정 지출 공약이 많다”며 “반면 법인세 인하 등 감세를 통해 세수는 줄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민주당이 재원 확보 방안으로 지출 절감과 비과세 항목 정비 등을 내걸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면서 한편으로는 건강보험 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어서 모순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말로만 혁신을 1순위에”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혁신성장을 공약 1순위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발표한 총선공약집에서 공정 포용 안전 평화보다 혁신을 앞순위에 내건 5대 핵심 가치를 설정했다. 10대 공약에서도 ‘벤처 4대 강국 실현’이 첫 번째로 올랐다.
이준기 교수는 “정권 초기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던 혁신을 1번으로 끌고 나온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핀테크, 스마트 모빌리티 등 신사업과 기존 산업 간 충돌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사례를 들었다. 이 교수는 “타다는 여당이 혁신에 따른 사회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며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산업계는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공약은 실종”
전문가들은 공약 이행 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장은 민주당이 공약한 ‘무료 공공 와이파이 제공’에 대해 “영국에서도 비슷한 공약이 나왔다가 철회됐다”며 “이미 와이파이 관련 인프라가 많이 갖춰져 있는데 6000억원을 들여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민주당이 공공자금으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데 국민이 선호하는 지역에 짓지 않으면 주거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갑영 명예특임교수는 “여야 모두 외교·안보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외교적으로 점점 고립돼 가는 모양새인 만큼 남은 선거기간에 양당이 외교·안보 공약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교수는 노동 공약에 대해 “민주당은 정리해고 제한 등 노동 경직성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서 오히려 청년 고용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통합당은 대기업 강성노조의 특권을 없애겠다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임도원/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