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물 건너간 전기료 인상…한전 악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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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공과금 유예·면제 검토 지시
“요금 낮춰야 할 판인데 올릴 수 있겠나”
전기요금 1%만 깎아줘도 5000억 소요
원전 이용률 낮은데 전력수요까지 감소
“요금 낮춰야 할 판인데 올릴 수 있겠나”
전기요금 1%만 깎아줘도 5000억 소요
원전 이용률 낮은데 전력수요까지 감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전기요금 완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요금을 깎아줄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상당히 고민스러워합니다.
무엇보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깎아줄 여력이 없습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한해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였지만 탈원전 정책과 함께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작년 영업손실(-1조3566억원)은 2008년 이후 11년만에 가장 큰 폭이었죠.
정부가 매달 전기요금에서 3.7%씩 떼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력기금은 작년 기준 4조4714억원 적립돼 있지요. 하지만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력산업의 기반조성 및 지속적 발전’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전체 국민과 기업의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데 쓴다면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다만 전체 사용자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단 1%만 깎아줘도 약 5000억원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요금 감면보다 일정기간 ‘납부 유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선 전기요금 납부 시기를 몇 개월 늦춰주는 게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전력 다소비 기업 입장에선 다릅니다.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을 보면, 기업들이 주로 쓰는 산업용이 작년 기준으로 전체의 55.6%(작년 기준)에 달합니다. 다음으로 상가 등 일반용 22.3%, 주택용 14.0%, 농사용 3.6%, 교육용 1.6% 등 순이죠. 전체 전기 소비의 절반 이상을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정작 한전의 고민은 다른 데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려고 야심차게 준비해 았는데 도루묵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전기요금 감면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요금 인상을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한전이 올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할 경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석탄발전 감축,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상승,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 에너지 공기업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돼 있습니다.

한전이 2016년처럼 12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으로 유지됐더라면, 정부와 한전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았을 겁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