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동서문명 창의적으로 융합한 '동남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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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사
동남아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2조8000억달러(2016년 국제통화기금 통계치)로 세계 5위 규모다. 인구는 약 6억4000만 명으로 유럽연합(EU)보다 1억 명 이상 많다. 평균 연령이 30.9세로 경제의 축을 이루는 세대가 젊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꼽힌다.
소병국 한국외국어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는 “이런 동남아시아를 ‘휴양지’로만 여기면서 그 지역 사람들을 업신여기거나 부정적 선입견에 빠져 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많은 문명권을 맞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창의적으로 융합해 고유문화를 일궈냈던 이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동남아시아사》는 소 교수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동남아시아의 변천 과정을 창의적 융합 관점에서 쓴 통사다. 저자는 “동남아시아에서 바다와 강은 ‘탁월한 유동성’을, 산악 지형과 밀림의 발달은 ‘깊은 고립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두 상반된 지형적 특색 속에서 희박하고 분산된 인구밀도는 인력 동원과 통제를 어렵게 했고 이는 동남아 사회와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서술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만달라 형태’다. 서양이나 동북아시아 등에서 나타난 전통적 국가체제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피라미드 구조라면 동남아 국가는 동심원 속 중심 세력과 주변 세력이 후견인과 비후견인 관계를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만달라 형태는 쌍무적 성격을 띠며, 국경 개념을 불분명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동서 문명 교차로인 동남아가 고유한 문명을 일궈낸 힘의 원천을 “수용하되 스러지지 않고, 융합하되 녹아내리지 않는 정신”에서 찾는다. 기원전 150년부터 서기 150년 사이 고대 동남아는 인도와 중국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지만 전면적 수용 대신 선택적 수용을 선택했다. 저자는 “힌두교와 불교 예술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외부 문명을 포용하되 창의적으로 융합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회와 국가를 형성·발전시켜왔다”고 강조한다. (책과함께, 840쪽, 3만8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소병국 한국외국어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는 “이런 동남아시아를 ‘휴양지’로만 여기면서 그 지역 사람들을 업신여기거나 부정적 선입견에 빠져 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많은 문명권을 맞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창의적으로 융합해 고유문화를 일궈냈던 이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동남아시아사》는 소 교수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동남아시아의 변천 과정을 창의적 융합 관점에서 쓴 통사다. 저자는 “동남아시아에서 바다와 강은 ‘탁월한 유동성’을, 산악 지형과 밀림의 발달은 ‘깊은 고립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두 상반된 지형적 특색 속에서 희박하고 분산된 인구밀도는 인력 동원과 통제를 어렵게 했고 이는 동남아 사회와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서술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만달라 형태’다. 서양이나 동북아시아 등에서 나타난 전통적 국가체제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피라미드 구조라면 동남아 국가는 동심원 속 중심 세력과 주변 세력이 후견인과 비후견인 관계를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만달라 형태는 쌍무적 성격을 띠며, 국경 개념을 불분명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동서 문명 교차로인 동남아가 고유한 문명을 일궈낸 힘의 원천을 “수용하되 스러지지 않고, 융합하되 녹아내리지 않는 정신”에서 찾는다. 기원전 150년부터 서기 150년 사이 고대 동남아는 인도와 중국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지만 전면적 수용 대신 선택적 수용을 선택했다. 저자는 “힌두교와 불교 예술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외부 문명을 포용하되 창의적으로 융합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회와 국가를 형성·발전시켜왔다”고 강조한다. (책과함께, 840쪽, 3만8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