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외환건전성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6월 말까지 면제한다. 은행의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하한선은 종전 80%에서 70%로 낮춘다.
정부는 26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외환건전성 제도 조정방안’을 확정했다. 은행 등에 적용해온 외환건전성 제도를 완화해 기업으로 외화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달러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외화유동성이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한 외환건전성 제도를 일부 완화해 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은행과 증권·카드·보험회사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다음달부터 3개월간 한시 면제하기로 했다. 내년 5월까지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을 기존의 20%로 확 낮추고, 나머지도 연말까지 분할 납부하도록 해 금융회사 부담을 덜어준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동성 경색 현상이 계속되면 부담금 추가 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 LCR 규제 기준은 오는 5월 말까지 종전 80%에서 70%로 낮추기로 했다. 외화 LCR 규제는 은행권이 쉽게 팔 수 있는 현금, 미국 국채, 우량 회사채 등 유동화가 쉬운 외화 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강제 보유하도록 한 제도다. 달러 등 외화가 급격히 이탈하는 금융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외화 LCR은 128.3%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으나 유동성 경색 위기가 심화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외환시장이 출렁이자 외환건전성 규제를 잇달아 완화하고 있다. 지난 18일엔 국내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종전 40%에서 50%로, 외국계 은행 지점의 한도를 200%에서 250%로 확대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번 LCR 규제 완화로 외환보유액이 소폭 줄어들 수 있지만 대외건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과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기업과 금융회사에 신속하게 외화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