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리기 전에 굶어죽겠다"…사람 더 죽이는 코로나發 경기 침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위기, 선진국 암 사망자 26만명 늘어
한국도 경제위기 때마다 자살자 급증
'코로나 장기전' 맞아 침체 충격 줄여야
한국도 경제위기 때마다 자살자 급증
'코로나 장기전' 맞아 침체 충격 줄여야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 내가 먼저 굶어죽겠다."
요즘 주요 상점가에서, 고용센터 실업급여 창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실업과 파산에 내몰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엄살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는 세계 전체에서 2만명을 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의 희생자는 얼마나 될까. 이와 관련해 영국의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ICL)이 2016년에 내놓은 연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실업률 늘자 암 사망자도 증가
ICL 연구진은 하버드 및 옥스퍼드 교수들과 함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사망자 증가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해 있는 국가들에서만 금융위기로 26만3221명이 암으로 추가로 숨졌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는 그해 의학전문지 란셋에 게재되기도 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사망자 증가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업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 감소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대의 리팻 아툰 교수는 "실업 상태에 빠지면 암에 대한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역시 필요한 것에 비해 부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진은 실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10만명당 0.37명 꼴로 암 사망자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소흘해진 의료 인프라 투자도 암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 투자가 1% 줄어들 때마다 10만명당 0.0053명씩 암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매히벤 마루사푸 ICL 교수는 "데이터의 한계로 2010년까지만 분석했던만큼 그 이후 사망자까지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강상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세계은행과 세계보건기구 데이터를 근거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70여개국의 실업률 및 보건 예산 투자, 암 사망자 증가 등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금융위기로 미국·영국 등 1만명 자살
자살자와 관련된 통계도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만 금융위기와 관련된 자살자가 1만명 이상이었다는 분석을 2014년 내놨다.
사망원인을 암과 자살로 제한하고, 한정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했음에도 27만명 이상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망한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자살자 통계를 살펴보면 집계를 시작한 1983년 이후 10만명당 자살자가 전년 대비 5명 이상 늘어난 해다 딱 두 차례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3명 늘었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5.0명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은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상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자원이 코로나19 대처에 집중되면서 암을 비롯한 다른 중증 질환 대처도 쉽지 않다.
눈 앞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날 후폭풍을 가능한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발표하며 "치료제가 문제 자체보다 값 비싸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섣부른 사회적 거리두기 정지는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을 부를 수 있다. 이탈리아와 중국 우한의 사례에서 보듯 확진자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의료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경제적 희생을 감수한 방역이 불가피한 이유다.
정부는 내달 5일로 예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이후에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잡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말 그대로 장기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 피해를 가능한 줄일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절실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요즘 주요 상점가에서, 고용센터 실업급여 창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실업과 파산에 내몰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엄살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는 세계 전체에서 2만명을 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의 희생자는 얼마나 될까. 이와 관련해 영국의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ICL)이 2016년에 내놓은 연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실업률 늘자 암 사망자도 증가
ICL 연구진은 하버드 및 옥스퍼드 교수들과 함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사망자 증가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해 있는 국가들에서만 금융위기로 26만3221명이 암으로 추가로 숨졌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는 그해 의학전문지 란셋에 게재되기도 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사망자 증가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업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 감소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대의 리팻 아툰 교수는 "실업 상태에 빠지면 암에 대한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역시 필요한 것에 비해 부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진은 실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10만명당 0.37명 꼴로 암 사망자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소흘해진 의료 인프라 투자도 암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 투자가 1% 줄어들 때마다 10만명당 0.0053명씩 암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매히벤 마루사푸 ICL 교수는 "데이터의 한계로 2010년까지만 분석했던만큼 그 이후 사망자까지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강상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세계은행과 세계보건기구 데이터를 근거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70여개국의 실업률 및 보건 예산 투자, 암 사망자 증가 등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금융위기로 미국·영국 등 1만명 자살
자살자와 관련된 통계도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만 금융위기와 관련된 자살자가 1만명 이상이었다는 분석을 2014년 내놨다.
사망원인을 암과 자살로 제한하고, 한정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했음에도 27만명 이상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망한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자살자 통계를 살펴보면 집계를 시작한 1983년 이후 10만명당 자살자가 전년 대비 5명 이상 늘어난 해다 딱 두 차례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3명 늘었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5.0명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은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상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자원이 코로나19 대처에 집중되면서 암을 비롯한 다른 중증 질환 대처도 쉽지 않다.
눈 앞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날 후폭풍을 가능한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발표하며 "치료제가 문제 자체보다 값 비싸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섣부른 사회적 거리두기 정지는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을 부를 수 있다. 이탈리아와 중국 우한의 사례에서 보듯 확진자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의료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경제적 희생을 감수한 방역이 불가피한 이유다.
정부는 내달 5일로 예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이후에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잡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말 그대로 장기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 피해를 가능한 줄일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절실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