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이 AI 이기려면 '의미 연결하는 능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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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박정열 지음 / 한국경제신문
284쪽│1만6000원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는 지금
기계 아닌 인간이 해결책 찾아낼 것"
박정열 지음 / 한국경제신문
284쪽│1만6000원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는 지금
기계 아닌 인간이 해결책 찾아낼 것"
1918년 초여름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왔고, 미군들이 귀환한 9월엔 미국 내 첫 환자가 시카고에서 발생했다. 이후 독감은 세계로 확산돼 2년간 5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서도 740만여 명이 감염됐고, 이 중 14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독감’으로 불린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A형 중 h4N1형으로 확인됐다. 당시엔 바이러스를 분리해 보존하는 기술이 없어 스페인독감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005년 미국 질병관리본부와 국방부 연구원들이 알래스카 빙하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시신 폐 조직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빙하에서 샘플을 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탐사 방법론이 이룬 성과다.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는 이 같은 인간의 창의성과 잠재성에 주목한다.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에 몸 담고 있는 저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는 누구인지, 인재라면 갖춰야 하는 본질적인 역량은 무엇인지를 파고든다. 저자가 명명한 ‘휴탈리티(hutality)’는 인간 고유의 속성을 뜻하는 휴머니티(humanity)와 재능을 의미하는 탤런트(talent)를 결합한 조어다. 기계와 달리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기술과 해석 역량을 의미한다.
저자는 전쟁터와 같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매 순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최고의 기업들, 그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인재의 모습을 그린다. 그는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대기업 등 100곳이 넘는 조직과 소통해 왔다. 저자가 새롭게 발견해 제시하는 인재상은 AI 시대의 달라진 성공방정식을 보여준다.
책에서 강조하는 두 가지 필수적인 역량은 기술 역량과 해석 역량이다. 기술 역량은 외부에서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활용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 해석 역량은 경험을 기반으로 의미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해나가는 능력이다. 기술 역량이 데이터와 알고리즘, 생명공학 등을 통해 더 나은 기계를 개발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해석 역량은 기계와 우리의 관계를 고민하고 기계를 어떤 용도로,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기술 역량이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데 비해 해석 역량은 우리의 어떤 욕구가 얼마나 충족되는 게 바람직한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두 역량은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 조직이 처한 환경에 따라 두 가지 역량이 이루는 최적의 균형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인재는 모든 영역에서 거부될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 두 역량의 ‘균형된 공진화’가 가장 중요한 인재의 모습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구글에서도 함께 일할 팀원을 찾는 작업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 입사 지원자 인터뷰도 ‘뽑는다’는 표현 대신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 균형된 공진화가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과정인 것이다. 입사 후에도 정말 행복하게 일하는 인재와 저자가 언급한 ‘내사화(introjection)’로 하루하루 불행하게 일하는 외부의 회사원들을 보게 된다. 균형된 공진화와 내사화를 가르는 것은 ‘자기 의미로의 전환’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선 가치 판단과 사실적 기준, 행동 지침이 모두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며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 상태로 인재상이 제시되면 ‘자기 의미로 전환’하는 데 결함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2016년 구글의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는 인류 최고 기사 이세돌 9단과 펼친 ‘세기의 대결’에서 4승1패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바둑이라는 승부 경기를 디자인한 것은 애초에 사람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자가 강조하는 창의적인 방법론과 정책, 아이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바이러스 전쟁의 해결책도 인간이 찾아낼 것이고 한 번 더 승리할 것이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뭐든 된다”고 훈계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는 부모들, 어려운 시기에 동기 부여가 필요한 직원들을 마주해야 하는 최고경영자, 단순히 월급을 위한 도구로서 직장을 고민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조용민 < 구글코리아 매니저 >
‘스페인독감’으로 불린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A형 중 h4N1형으로 확인됐다. 당시엔 바이러스를 분리해 보존하는 기술이 없어 스페인독감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005년 미국 질병관리본부와 국방부 연구원들이 알래스카 빙하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시신 폐 조직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빙하에서 샘플을 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탐사 방법론이 이룬 성과다.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는 이 같은 인간의 창의성과 잠재성에 주목한다.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에 몸 담고 있는 저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는 누구인지, 인재라면 갖춰야 하는 본질적인 역량은 무엇인지를 파고든다. 저자가 명명한 ‘휴탈리티(hutality)’는 인간 고유의 속성을 뜻하는 휴머니티(humanity)와 재능을 의미하는 탤런트(talent)를 결합한 조어다. 기계와 달리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기술과 해석 역량을 의미한다.
저자는 전쟁터와 같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매 순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최고의 기업들, 그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인재의 모습을 그린다. 그는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대기업 등 100곳이 넘는 조직과 소통해 왔다. 저자가 새롭게 발견해 제시하는 인재상은 AI 시대의 달라진 성공방정식을 보여준다.
책에서 강조하는 두 가지 필수적인 역량은 기술 역량과 해석 역량이다. 기술 역량은 외부에서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활용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 해석 역량은 경험을 기반으로 의미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해나가는 능력이다. 기술 역량이 데이터와 알고리즘, 생명공학 등을 통해 더 나은 기계를 개발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해석 역량은 기계와 우리의 관계를 고민하고 기계를 어떤 용도로,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기술 역량이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데 비해 해석 역량은 우리의 어떤 욕구가 얼마나 충족되는 게 바람직한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두 역량은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 조직이 처한 환경에 따라 두 가지 역량이 이루는 최적의 균형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인재는 모든 영역에서 거부될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 두 역량의 ‘균형된 공진화’가 가장 중요한 인재의 모습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구글에서도 함께 일할 팀원을 찾는 작업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 입사 지원자 인터뷰도 ‘뽑는다’는 표현 대신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 균형된 공진화가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과정인 것이다. 입사 후에도 정말 행복하게 일하는 인재와 저자가 언급한 ‘내사화(introjection)’로 하루하루 불행하게 일하는 외부의 회사원들을 보게 된다. 균형된 공진화와 내사화를 가르는 것은 ‘자기 의미로의 전환’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선 가치 판단과 사실적 기준, 행동 지침이 모두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며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 상태로 인재상이 제시되면 ‘자기 의미로 전환’하는 데 결함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2016년 구글의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는 인류 최고 기사 이세돌 9단과 펼친 ‘세기의 대결’에서 4승1패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바둑이라는 승부 경기를 디자인한 것은 애초에 사람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자가 강조하는 창의적인 방법론과 정책, 아이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바이러스 전쟁의 해결책도 인간이 찾아낼 것이고 한 번 더 승리할 것이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뭐든 된다”고 훈계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는 부모들, 어려운 시기에 동기 부여가 필요한 직원들을 마주해야 하는 최고경영자, 단순히 월급을 위한 도구로서 직장을 고민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조용민 < 구글코리아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