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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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성착취 영상물 공유 사건인 'n번방'에서 영상을 시청한 '관전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영상을 시청만 했다면 죄를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불법 영상물을 내려받아 휴대전화 등에 저장하지 않은 채 단순히 재생만 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메신저로 공유된 영상을 보거나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 영상을 스트리밍하더라도 죄를 묻기 어렵다.

앞서 법무부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시청만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법에 필요한 절차 등을 고려하면 당장 n번방과 같은 성 착취물 유통 경로로 영상을 시청한 이들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청 행위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은 영상물이 성 착취 등 죄질이 나쁜 범죄를 통해 제작됐을 뿐 아니라 시청한 사람들이 우연히 영상물을 접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또 성 착취 영상물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 아닌 성인인 경우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별도의 입법을 통해 처벌 공백을 신속하게 메워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영상물이라 하더라도 이를 반포·전시하지 않고 소지만 하는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는다. 범죄 행위로 만들어진 영상물이어도 피해자가 성인이라면 단순 소지로는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것이다.

피해자가 본인을 스스로 촬영한 것일 경우에는 이를 타인이 퍼뜨리더라도 처벌이 힘들다. n번방 사건과 같이 협박과 강요에 의한 촬영은 협박죄 등으로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성폭력 범죄로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