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향후 경기가 나빠지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소비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쇼크'에…소비심리 금융위기 이후 최악
경기 악화 속 지갑 닫는 가계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달보다 18.5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2.8) 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락폭 역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가장 컸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도시 2364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가계재정·경기 지수가 나빠진 데 따른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소비자 심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뒤 6개월이 지나서야 종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전달 대비 28포인트 하락한 38을 기록했다. 2009년 3월(34) 후 최저치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 지수는 14포인트 내린 62로, 2008년 12월(55) 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 취업 문이 좁아지고 지갑이 얇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도 많았다. 취업기회전망 지수는 17포인트 내린 64, 가계수입전망 지수는 10포인트 하향 조정된 87, 소비지출전망 지수는 13포인트 하락한 93으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상당수 소비자가 집값 오름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1년 후 집값 전망치를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 지수는 112로 전달과 같았다. 100보다 크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과 같은 1.7%로 기록됐다. 역대 최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본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 줄줄이 하향

소비심리는 민간소비 흐름과 직결된다. 작년 실질 국내총생산(GDP·1844조4899억원)에서 민간소비(888조9515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48.1%로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작년 대비 1.9% 늘어나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2.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설비투자 등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어서다. 이달 소비자 심리가 뚝 떨어지면서 올해 민간소비도 당초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분석 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6일 한국 성장률을 종전 1.4%에서 0.1%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가 아예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보는 기관도 등장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3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6%로 전망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더 낮은 -1.0%로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