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무원 등이 처리한 업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조항을 법에 담기로 했다. “재량권을 발휘해 일해달라”는 정부·여당의 요청에도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다는 부담에 일선 자금 지원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달 말 법안 발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난극복위·선거대책위 연석회의에서 “정부가 풀기로 한 100조원 규모 자금의 지원 신청은 폭증하는데 대응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며 “지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면책권을 확대하는 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최운열 의원(금융안정단장)의 대표 발의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이달 말 제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등 재난 대응 과정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민간 금융회사 직원이 처리한 행정 업무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업무 범위는 금융 지원 부문이다.

與, 공무원 '코로나 면책 조항' 법에 담는다
최 의원은 “‘적극적’으로 해석해 내놓은 정책과 행정 처리가 추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 비리만 없다면 행정 업무에 대한 책임과 인사상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코로나19와 비슷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할 예정이다.

한시적 규제 유예도 시행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지난달부터 신속·과감한 업무 처리는 폭넓게 면책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공직사회 특유의 보신주의 때문에 소상공인과 기업에 자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현장에선 원론적인 지침을 어떻게 믿느냐는 불만이 높아졌다. 공공기관의 한 부장급 간부는 “지금은 면책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되면 나몰라라 할 텐데 처음부터 안 움직이는 게 낫다”고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 걱정 없이 적극 행정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서도 민간 금융회사 직원들은 “감사원이 문제가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회사 감사팀이 문제”라고 푸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대출 병목 현상’이다. 보증 심사가 수개월 걸린다는 정부의 지적에 시중은행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신보는 ‘보증 상담→서류 접수→보증 심사→보증 약정’ 등 네 단계를 거쳐 대출을 실행한다. 이 가운데 파견 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보증 상담과 서류 접수, 보증 약정 등에 그친다.

병목 현상의 주 원인인 보증 심사 업무는 여전히 신보 직원들의 몫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사원이 대출금을 대신 메워줄 것도 아니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핵심인 심사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대출받기까지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당은 법에 면책 조항을 넣을 경우 이 같은 몸사리기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보증이 원활해지면 자금 경색이 풀리고, 일선 현장에 ‘따뜻한 피’가 돌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사상 유례없는 100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대책도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늦어도 5월엔 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안한 ‘한시적 규제 유예’를 정부·여당이 수용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한시적 규제 유예는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해 2년간 효력을 정지하거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같은 노동 관련 규제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규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김우섭/정소람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