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안먹고 화장실도 안가"…유학생 확진자 비난에 억울함도 토로
고글에 방역복까지…기내 감염 우려에 귀국 유학생 '초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서 빠르게 확산해 확진자가 세계 최다를 기록하자 미국에서 유학하다 국내로 귀국하는 유학생들이 공항·기내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될 우려에 극도의 조심성을 보이고 있다.

28일 유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귀국했거나 곧 국내로 입국할 예정인 미국 유학생들이 정보 교환을 위해 모이는 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흰 방호복과 고글, 장갑으로 '완전 무장'한 채 비행기 좌석에 앉은 한 승객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유학생 A씨는 "한국으로 귀국하는 친구가 보내 준 사진인데, 비행기 옆 좌석 사람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어 신기해서 찍었다고 한다"며 "나도 실험용 고글을 쓰고 비행기에 올라타 전날 밤 국내로 들어왔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 유학생들이 모이는 채팅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공항·기내에서의 감염을 걱정해 마스크부터 방호복에 이르기까지 각종 방역도구를 갖추고 귀국길에 오른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오는 29일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라는 유학생 B씨는 "한인 인터넷 쇼핑몰에서 투명한 챙이 길게 내려오는 방역 모자를 구입했다.

비행기를 타는 내내 쓰고 있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기내에서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내식을 아예 먹지 않거나 화장실도 가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러려고 한다"고 썼다.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낸 학부모 C씨는 유학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귀국 비행기에 고글을 쓰고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며 "아이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스크와 옷을 갈아입히고, 돌아오는 차에서 한마디도 안 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입국한 유학생 중 확진자가 잇따라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학생들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유학생도 국민이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이는 "우리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귀국길에 오르는 유학생들에게 싸늘함을 넘어 상처가 되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유학생들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자들이다.

인신공격성 댓글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후 7시50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3천836명으로 늘어 그간 1위였던 중국(8만1천782명)과 2위인 이탈리아(8만589명)를 앞질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