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매각 앞둔 KDB생명에 온가족 목돈 맡긴 이동걸 회장
산업은행이 네 번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KDB생명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가족과 함께 6400만원 넘는 목돈을 맡겼다. 한때 회사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였으나 최근 흑자 전환 후 정상화 궤도에 오른 KDB생명에 대한 ‘응원’ 차원으로 알려졌다. 그와 동명이인인 이동걸(李東杰), 홍기택, 강만수 전 산은 회장 등이 KDB생명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던 것과도 대비된다.

최근 공개된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 회장이 KDB생명 상품에 가입한 금액은 지난해 3328만원 증가해 총 4093만원이 됐다. 그는 산은 회장에 취임한 2017년 9월 이후 KDB생명과 거래를 꾸준히 늘렸고, 두 자녀도 새로 가입하게 했다. 이 회장의 큰딸과 둘째딸은 KDB생명에 각각 1281만원, 1054만원을 넣었다.

이 회장이 가입한 상품에 대해 산은 측은 “사적 영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순수 보장성보험은 재산공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저축성 상품으로 추정된다. 산은 관계자는 “임직원에게 KDB생명 가입을 강제하지는 않는다”며 “KDB생명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과 신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KDB생명은 산은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산은은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해 간판을 바꿨다.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면서 10년 넘게 떠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업력이 취약해졌고 재무건전성도 크게 악화됐다. 이 회장은 보험 전문가인 정재욱 KDB생명 사장을 영입해 정상화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산은은 지난해 상반기 KDB생명 매각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수익성이 훨씬 좋은 푸르덴셜생명도 매물로 나왔기 때문에 인수합병(M&A)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취재진과 만날 때마다 “KDB생명이 많이 어려웠지만 계속 좋아지고 있고, 흑자 기조도 탄탄해졌다”며 “팔 수 있는 상태로 정상화한다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