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은 기업인 5명 영입했지만 절반이 당선권 밖
지역구도 사정 비슷…21대 국회도 親기업 어려울 듯
당론에 묶여 의정활동 한계…기업인도 국회行 고사
中企 정책 전문가만
한국경제신문이 29일 시민당의 비례대표 명단을 분석한 결과 30명의 후보 가운데 기업을 창업하거나 운영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 김경문 전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 2번 후보에 올랐지만, 경영이 아니라 정책 전문가로 분류된다.
시민당 비례 후보에는 노조·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윤미향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양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권지웅 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등 9명이 노조·시민단체에 몸담았다. 13번을 받은 이수진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을 지냈다. 민주당과 함께 시민당 창당에 참여한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 역시 알바연대를 창립하는 등 사회운동에 뛰어든 인물이다. 용 대표를 포함해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5명이 당선권인 20번 안에 들었다.
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에는 한무경 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등 기업인 출신 5명이 이름을 올렸지만 2명만 당선권에 들었다. 한국당 3번 비례 후보인 한 전 회장은 자동차 부품 기업인 효림산업을 창업했다. 이어 이영 전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 13번으로 당선권에 포함됐다. 이 전 회장은 보안기술 벤처기업인 테르텐 대표다. 이들을 제외하고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수석부사장, 박대성 페이스북 한국·일본 대외정책 부사장, 박현정 전 삼성생명 전무 등은 후순위에 있어 사실상 국회 입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구 후보 사정도 비슷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1118명 후보 가운데 기업인 출신은 손에 꼽는다. 민주당에서는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경기 고양정),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세종갑)이 영입돼 출마했다. 통합당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인 김재섭 레이터 최고운영책임(서울 도봉갑), 금속단조기업 태웅의 구자근 대표(경북 구미갑) 등이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반면 국회의원을 포함한 직업 정치인은 524명으로, 전체 후보 1118명의 46.8%에 달했다. 시민운동가나 활동가 후보는 16명이었다. 기업인이라고 스스로 밝힌 후보는 6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이 고용 인원 10명 미만인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회의원 신뢰 바닥
이번 총선에서 기업인의 후보 등록이 저조한 이유는 국회의원의 사회적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국회 진출에 대한 의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부기관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이 가장 낮은 신뢰를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한 그룹의 고위 임원을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원 의원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높은 미국은 기업인의 의회 진출 비율이 높다”며 “반기업 정서를 바탕으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상원 의원 100명 가운데 25명이 기업을 운영했거나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마이크 브라운 공화당 의원은 트럭 부품 기업 메이어보디를 운영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은 벤처캐피털인 컬럼비아캐피털을 창업했다.
기업인이 국회에 진출하더라도 직업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출신이 많은 국회 상황에서 기업 친화적 의정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일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랐을 때 기업인 출신 국회의원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김병관 민주당 의원(전 웹젠 의장)과 김세연 통합당 의원(전 동일고무벨트 대표) 등 기업인 출신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기업인 출신이어도 총선을 앞두고 당론에 어긋나는 투표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회 내 기업 생리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이 적다 보니 반기업 법안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친노동 공약을 대거 발표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정규직 고용 원칙과 사업 이전 시 고용 승계 등을 법에 명시화하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물경제가 L자형 침체, 혹은 깊은 U자형 불황의 늪에 들어갈 것이란 위기가 있다”며 “국회가 이런 위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경묵 교수는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만들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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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