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무 첫날 '100조원 코로나19 비상대책' 꺼내며 이슈전 돌입
유승민, 잠행 끝내고 공개행보…선대위 합류없이 '백의종군' 지원할듯
'김종인 선대위' 출범에 유승민 힘싣기…통합당 중도공략 박차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29일 출범시키며 중도·수도권 표심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보수통합'의 한 축이었던 유승민 의원도 이날 긴 잠행을 끝내고 수도권 후보 지원을 시작하며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최근 주요 격전지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고전' 양상을 보이는 통합당 선거판에 '경제민주화'로 상징되는 경제 전문가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구원 등판에 나섰고, '개혁보수'를 자임하는 유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당내에서는 총선까지 남은 17일 동안의 판세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경제대책으로 100조원 규모의 재원 확보 방안을 내놓으며 당무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이슈 선점'을 시도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근로자의 임금을 지속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올해 예산 512조원 가운데 20% 정도인 100조원을 신속히 '용도 전환'해 민생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자신을 상징해온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기보다는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민생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초대형 비상 대책을 띄우면서 정책 이니셔티브를 놓고 여권과의 경쟁을 꾀하는 모습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보수정당이었다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직접적인 임금 지원보다는 저리 대출 등을 제안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며 당의 색채에 변화가 일어나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신이 1977년 의료보험 제도의 설계자이고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전 국민 보험 체제'를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로 돌아서며 정부·여당에 우호적으로 돌아선 중도층을 겨냥, 자신에게 정책 경쟁력이 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김 위원장은 총선 승패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 공략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은 서울 도봉갑 김재섭 후보 사무실과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대표 캠프를 응원 방문했다.
'김종인 선대위' 출범에 유승민 힘싣기…통합당 중도공략 박차
여기에 유승민 의원이 46일간의 잠행을 끝내고 이날부터 독자적인 수도권 선거지원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면서 주요 보수주자 가운데 중도보수와 청년층에서 일정한 지지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유 의원이 선거전에 가세한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유승민계' 지상욱 의원(서울 중구·성동을)과 김웅(서울 송파갑)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지원 방문, "저를 싫어하시는 보수층 유권자도 계시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특히 수도권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후보께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수십군데에서 지원 요청이 오는 상황이다.

거리에 나가든, SNS를 하든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요청이 있으면 응하겠다"고 했다.

선대위에 합류하는 대신 수도권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 합류에 대해서도 "늦었지만,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고군분투 중인 종로에 유 의원의 지원이 더해질 경우 수도권 판세에 미치는 상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보수통합 논의를 '한방에' 결정지었지만 합당 과정부터 지금까지 끝내 얼굴을 맞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통합당의 화학적 결합이 더뎌지며 통합 효과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제기돼왔다.

유 의원은 황 대표에 대해 "자연스럽게 기회가 있으면 만날 수 있다.

수도권 후보를 현장에서 만나는 게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며 직접지원 가능성도 열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