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이응노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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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단순한 필치로 휙휙 그려낸 선들이 힘차다. 하늘로 두 팔을 뻗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하다. 인물에 표정과 입체감은 없지만 필선으로 기호화된 군중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생명과 자유의 몸짓일까. 한지를 콜라주한 바탕에 그린 고암(顧菴) 이응노(1904~1989)의 1987년작 ‘군상’이다.
고암은 동서양 미술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주목받았다. 그가 유럽 미술계에서 인정받았던 데는 붓과 먹, 한지 같은 동양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고암은 어려서부터 한학과 서예의 기초를 익혔고 해강 김규진(1864~1933)에게 서화를 배웠다. 1950년대 미국에서 불어온 추상표현주의를 수묵추상, 문자추상으로 발전시킨 것은 이런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암은 1970년대 후반부터 타계하기 직전까지 인물화 연작인 ‘군상 시리즈’에 몰두했다. 동베를린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사회·역사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관념과 관조, 적막과 고립에 머무르지 않고 생동하는 현실의 인간에 눈을 돌려 저항과 희망, 약동과 환희를 담아냈다. 그런 배경을 모른들 어떠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 듯하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고암은 동서양 미술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주목받았다. 그가 유럽 미술계에서 인정받았던 데는 붓과 먹, 한지 같은 동양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고암은 어려서부터 한학과 서예의 기초를 익혔고 해강 김규진(1864~1933)에게 서화를 배웠다. 1950년대 미국에서 불어온 추상표현주의를 수묵추상, 문자추상으로 발전시킨 것은 이런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암은 1970년대 후반부터 타계하기 직전까지 인물화 연작인 ‘군상 시리즈’에 몰두했다. 동베를린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사회·역사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관념과 관조, 적막과 고립에 머무르지 않고 생동하는 현실의 인간에 눈을 돌려 저항과 희망, 약동과 환희를 담아냈다. 그런 배경을 모른들 어떠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 듯하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