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증시'의 향방…"회색 코뿔소 폭주에 달렸다"[노경목의 미래노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누적된 기업부채, 정부부채
예상됐지만 실현되지 않은 리스크들
코로나 사태 기점으로 현실화 우려
예상됐지만 실현되지 않은 리스크들
코로나 사태 기점으로 현실화 우려
"블랙스완 이후 회색 코뿔소의 난동을 주목하라."
일본 경제 전문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을 분석하며 이같은 표현을 썼다. 예상치 못했던 충격인 블랙스완이 다른 위기로 전이될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세계 경제가 빠르게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V자' 형태의 회복을 보일지, 침체가 장기화되는 'L'자 형태를 나타낼지도 좌우할 전망이다. 그리고 실물 경제의 흐름을 반영하는 증시에도 영향을 준다.
기업 자금 담당 직원부터 증권 투자자까지 '회색 코뿔소'에 주목해야할 이유다.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
우선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블랙스완은 말 그대로 검은색 백조다. 백조는 흰색이라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상식은 1790년 영국의 박물학자가 막 정복한 호주에서 검은색 백조를 발견하며 뒤집어졌다.
때문에 블랙스완은 상식이나 통념을 뒤엎는 사건의 발생을 의미한다. 특히 이같은 사건이 사회 전반, 특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 블랙스완이라고 부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이를 블랙스완으로 묘사하며 대중적인 단어가 됐다.
회색 코뿔소는 존재 자체만 놓고 보면 블랙스완과 상반된다. 대부분의 코뿔소는 회색이다. 아프리카 들판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뿔소와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회색 코뿔소는 주변에 존재하고 있거나, 아직은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변수를 의미한다. 회색 코뿔소는 존재 자체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코뿔소가 폭주를 할 때다. 코뿔소가 커다란 덩치로 날뛰면 평화롭던 초원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회색 코뿔소의 폭주는 예상됐던 문제들이 현실화 되며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경우를 일컫는다. 블랙스완인 코로나19로 한 차례 큰 충격이 온 가운데 회색 코뿔소까지 폭주하기 시작하면 경제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첫번째 회색 코뿔소, 기업 부채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기업 부채는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다. 지난해 3분기 세계 기업 부채는 253조달러(30경8837조원)로 세계 총생산의 3.2배에 이르렀다. 10년 전 대비 두 배 규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양적 완화와 저금리로 풀린 돈이 기업 채권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결과다.
저금리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버텨온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로 대거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향된 기업이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는 S&P의 최근 발표는 여기에 무게를 싣는다.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정유업체 옥시덴탈석유 등 대기업도 신용등급 하향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자체 사업으로 돈을 못 버는 가운데 필요한 자금을 빌리지조차 못하면 기업은 부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부도 나면 은행은 과거에 빌려줬던 돈을 떼이게 된다. 규모가 큰 기업들의 부도가 늘면 그만큼 못 받는 돈도 많아지고 은행들의 재무상태까지 악영향을 준다.
실물경제 침체가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번지는 경로다.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시작된 대기업의 연쇄 부도가 주요 시중은행의 위기를 불렀던 IMF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의 뇌관이 됐던 부채담보부 증권(CDO) 역할을 이번에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DO가 신용등급이 다른 부동산 모기지 채권을 섞어서 만든 파생상품이라면, CLO는 여러 등급의 회사채를 기초로 만든 상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CDO 가치 급락으로 이어져 해당 상품에 투자한 은행의 자금사정을 악화시켰다.
CLO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계상황에 몰린 메리어트 호텔 등 호텔업계,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진 저유가 타격을 받는 셰일오일 업체 등의 채권이 CLO에 섞여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관련 기업들이 부도가 늘어나면 CLO발 금융 시스템 위기가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한국도 경영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 두산건설을 비롯해 병원과 리조트에서 발행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CLO가 14조원 이상 판매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기를 쓰고 기업 채권과 CLO 등을 사들이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봐야할 이유다.
두번째 회색 코뿔소, 유럽 정부 부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재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회색 코뿔소의 하나다. 2011년 그리스에 의해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 당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에 분류됐던 국가들이다. 당시부터 취약한 재정 능력으로 우려를 불렀던 이들 국가의 재정 파탄이 코로나19 타격을 기점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135%에 이르러 유로존에서 가장 높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멈춰 선 가운데 주요 국가 수입 중 하나인 관광수입이 끊어지면서 이같은 부채비율은 18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높아지는 부채비율은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로서는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 유럽연합은 2009년 재정위기 이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를 조성해 뒀지만 그리스 등에 지원하고 남은 돈은 2400억유로(약 324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함께 어려움에 빠지면 충분한 지원을 하기 어렵다.
빚이 늘고 실물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이탈리아는 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곧 유럽 전반의 경제시스템 위기로 이어진다. 이탈리아 국채의 40%는 자국 은행들이 갖고 있으며, 프랑스 은행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유럽 대형 은행들의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와중에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가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위기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이탈리아가 유로존 탈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탈리아까지 떠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경제권)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세번째 코뿔소, 신흥국 디폴트 위험
신흥국들이 단체로 디폴트(지급 불능)에 빠질 위험도 있다. 기초체력이 약한 가운데 코로나 대응을 위해 돈을 풀고, 의료용품 등을 수입해 오면서 외환 보유고가 바닥 나고 있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디폴트 위험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특히 남아공은 한달 사이 디폴트 위험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가 두 배 이상 높아져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구(IMF)는 각국에서 쇄도하는 긴급 자금 지원이 IMF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고 이상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 국가들은 해당 지역에서는 중심 국가지만 세계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비중이 작아 실제 디폴트에 이르더라도 직접적인 충격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국가 자산에 투자한 국가나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 1997년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가 한국으로 번졌던 것이 단적인 예다.
코로나19가 세계로 번지면서 신흥국 디폴트가 여러 권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특정 지역의 문제로 머물렀던 과거이 디폴트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복합위기의 신호를 미리 파악하려면
3월초 코로나19가 본격적인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증권가에서는 "일시 반등 후 재하락"이라는 중장기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결국 다른 위기로 이어지는 복합위기에 빠져들며 다시 증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지난주에는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가의 증시가 반등했다. 이같은 상황은 당시 전문가들이 이야기했던 '일시 반등'에 해당될 수 있다.
당초 예상대로 '재하락'도 현실화될지, 주가와 경제 전반이 그대로 회복세를 탈지는 이번 경제 충격이 다른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에 달렸다. 그같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앞서 말한 세 마리의 회색 코뿔소가 어떻게 움직일지 계속 주시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일본 경제 전문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을 분석하며 이같은 표현을 썼다. 예상치 못했던 충격인 블랙스완이 다른 위기로 전이될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세계 경제가 빠르게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V자' 형태의 회복을 보일지, 침체가 장기화되는 'L'자 형태를 나타낼지도 좌우할 전망이다. 그리고 실물 경제의 흐름을 반영하는 증시에도 영향을 준다.
기업 자금 담당 직원부터 증권 투자자까지 '회색 코뿔소'에 주목해야할 이유다.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
우선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블랙스완은 말 그대로 검은색 백조다. 백조는 흰색이라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상식은 1790년 영국의 박물학자가 막 정복한 호주에서 검은색 백조를 발견하며 뒤집어졌다.
때문에 블랙스완은 상식이나 통념을 뒤엎는 사건의 발생을 의미한다. 특히 이같은 사건이 사회 전반, 특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 블랙스완이라고 부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이를 블랙스완으로 묘사하며 대중적인 단어가 됐다.
회색 코뿔소는 존재 자체만 놓고 보면 블랙스완과 상반된다. 대부분의 코뿔소는 회색이다. 아프리카 들판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뿔소와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회색 코뿔소는 주변에 존재하고 있거나, 아직은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변수를 의미한다. 회색 코뿔소는 존재 자체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코뿔소가 폭주를 할 때다. 코뿔소가 커다란 덩치로 날뛰면 평화롭던 초원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회색 코뿔소의 폭주는 예상됐던 문제들이 현실화 되며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경우를 일컫는다. 블랙스완인 코로나19로 한 차례 큰 충격이 온 가운데 회색 코뿔소까지 폭주하기 시작하면 경제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첫번째 회색 코뿔소, 기업 부채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기업 부채는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다. 지난해 3분기 세계 기업 부채는 253조달러(30경8837조원)로 세계 총생산의 3.2배에 이르렀다. 10년 전 대비 두 배 규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양적 완화와 저금리로 풀린 돈이 기업 채권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결과다.
저금리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버텨온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로 대거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향된 기업이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는 S&P의 최근 발표는 여기에 무게를 싣는다.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정유업체 옥시덴탈석유 등 대기업도 신용등급 하향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자체 사업으로 돈을 못 버는 가운데 필요한 자금을 빌리지조차 못하면 기업은 부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부도 나면 은행은 과거에 빌려줬던 돈을 떼이게 된다. 규모가 큰 기업들의 부도가 늘면 그만큼 못 받는 돈도 많아지고 은행들의 재무상태까지 악영향을 준다.
실물경제 침체가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번지는 경로다.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시작된 대기업의 연쇄 부도가 주요 시중은행의 위기를 불렀던 IMF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의 뇌관이 됐던 부채담보부 증권(CDO) 역할을 이번에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DO가 신용등급이 다른 부동산 모기지 채권을 섞어서 만든 파생상품이라면, CLO는 여러 등급의 회사채를 기초로 만든 상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CDO 가치 급락으로 이어져 해당 상품에 투자한 은행의 자금사정을 악화시켰다.
CLO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계상황에 몰린 메리어트 호텔 등 호텔업계,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진 저유가 타격을 받는 셰일오일 업체 등의 채권이 CLO에 섞여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관련 기업들이 부도가 늘어나면 CLO발 금융 시스템 위기가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한국도 경영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 두산건설을 비롯해 병원과 리조트에서 발행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CLO가 14조원 이상 판매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기를 쓰고 기업 채권과 CLO 등을 사들이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봐야할 이유다.
두번째 회색 코뿔소, 유럽 정부 부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재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회색 코뿔소의 하나다. 2011년 그리스에 의해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 당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에 분류됐던 국가들이다. 당시부터 취약한 재정 능력으로 우려를 불렀던 이들 국가의 재정 파탄이 코로나19 타격을 기점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135%에 이르러 유로존에서 가장 높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멈춰 선 가운데 주요 국가 수입 중 하나인 관광수입이 끊어지면서 이같은 부채비율은 18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높아지는 부채비율은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로서는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 유럽연합은 2009년 재정위기 이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를 조성해 뒀지만 그리스 등에 지원하고 남은 돈은 2400억유로(약 324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함께 어려움에 빠지면 충분한 지원을 하기 어렵다.
빚이 늘고 실물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이탈리아는 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곧 유럽 전반의 경제시스템 위기로 이어진다. 이탈리아 국채의 40%는 자국 은행들이 갖고 있으며, 프랑스 은행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유럽 대형 은행들의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와중에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가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위기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이탈리아가 유로존 탈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탈리아까지 떠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경제권)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세번째 코뿔소, 신흥국 디폴트 위험
신흥국들이 단체로 디폴트(지급 불능)에 빠질 위험도 있다. 기초체력이 약한 가운데 코로나 대응을 위해 돈을 풀고, 의료용품 등을 수입해 오면서 외환 보유고가 바닥 나고 있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디폴트 위험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특히 남아공은 한달 사이 디폴트 위험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가 두 배 이상 높아져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구(IMF)는 각국에서 쇄도하는 긴급 자금 지원이 IMF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고 이상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 국가들은 해당 지역에서는 중심 국가지만 세계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비중이 작아 실제 디폴트에 이르더라도 직접적인 충격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국가 자산에 투자한 국가나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 1997년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가 한국으로 번졌던 것이 단적인 예다.
코로나19가 세계로 번지면서 신흥국 디폴트가 여러 권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특정 지역의 문제로 머물렀던 과거이 디폴트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복합위기의 신호를 미리 파악하려면
3월초 코로나19가 본격적인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증권가에서는 "일시 반등 후 재하락"이라는 중장기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결국 다른 위기로 이어지는 복합위기에 빠져들며 다시 증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지난주에는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가의 증시가 반등했다. 이같은 상황은 당시 전문가들이 이야기했던 '일시 반등'에 해당될 수 있다.
당초 예상대로 '재하락'도 현실화될지, 주가와 경제 전반이 그대로 회복세를 탈지는 이번 경제 충격이 다른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에 달렸다. 그같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앞서 말한 세 마리의 회색 코뿔소가 어떻게 움직일지 계속 주시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