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시작된 매그나칩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 인수전은 반도체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도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다. 1년 넘게 진행된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SK하이닉스 등이 투자자로 참여한 국내 사모펀드(PEF)다.

인수자들은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원료) 기반 사업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약 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은 적중했다. 중국에서 8인치 공정에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인 중저가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이 쏟아진 것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인치 파운드리가 주력 사업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지난해 매출 6615억원, 순이익 766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매출은 19.4%, 순이익은 26.4% 급증했다. 세계 10위권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의 실적도 상승세다. 지난해 매출은 807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올해 상반기(1~6월) 주문도 이미 꽉 찼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은 ‘고객을 가려서 받을 정도’로 몸값이 높아졌다.

8인치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대만 TSMC가 최신 통신칩 등을 생산하는 12인치(300㎜) 공정보다 노후 장비를 쓰고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반도체칩 수도 적어 그동안 ‘구식’으로 취급받았다.

상황이 바뀐 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 정부 덕분이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파운드리 업체보다 업력이 길고 생산기술이 뛰어난 한국 파운드리 업체에 PMIC(전력구동칩),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중저가이미지센서 등의 주문을 넣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초 중국 우시에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한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8인치 파운드리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