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에 기업 이미지 추락
황정수 산업부 기자 hjs@hankyung.com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죠.” 정부의 의류 건조기 제외 방침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별로 새롭지 않다’는 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삼성 경영진에게 ‘역차별’은 안고 가야 할 경영의 상수(常數)가 됐다. “다른 회사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데도 소비자 호감도를 조사해보면 20~30%포인트 이상 낮습니다.” 가전제품 국내 영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고충을 털어놨다. 수년간의 연구개발(R&D), 밤새워 만든 영업·마케팅 전략도 무색하게 하는 게 삼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질시라는 고민이다.
‘삼성이라서 싫다’라는 기류의 바닥엔 ‘삼성은 무소불위 자본권력’이란 막연한 선입견과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이 초래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경제계에선 일부 집단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메시지를 생산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을 범죄집단으로 몰아붙인 한 법조인, 정기적으로 부정적인 보고서를 쏟아내는 일부 시민단체의 행태 등이 대표적이다. ‘불법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라는 이미지를 삼성과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영향력·신뢰도 1위 언론인’으로 꼽히는 손석희 JTBC 사장마저 이런 행렬에 동참했다. 손 사장은 지난 27일 일부 JTBC 기자들 앞에서 자신을 협박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배후에 삼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미투(Me Too)’ 바람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자신의 성신여대 교수 재직 시절 비슷한 의혹이 있는지 뒷조사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미래전략실이 폐지됐다는 기본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주장이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후 관계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말했지만 공식 대응은 못하고 있다. 자칫 긁어 부스럼을 낼 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명예훼손마저 감수하게 하는 형국이다. 적극적인 반론이나 해명 요구조차 하지 못하면서 삼성은 유명인의 뒷조사나 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혔다. 삼성의 기업 이미지는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