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기업·개인 할 것 없이 달러를 사모으는 ‘사재기’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 급등한 상황인 만큼 달러 투자에 무리하게 나서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다만 포트폴리오 분배 차원에서 자산의 일정 부분을 달러 관련 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달러 투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은행에서 달러를 현찰로 사서 보관하는 방법이다. 필요할 때 사고팔기 편리하지만 보관이 불편한 게 단점이다. 외화 예금 통장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은행에서 달러화 통장을 개설하면 달러를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갖고 있는 효과가 있다. 환율이 떨어졌을 때 예금액을 늘렸다가 높아지면 줄이는 방법으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금리도 원화 통장보다 높을 때가 많다. 예치 기간도 상품에 따라 다양하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는 것도 장점이다. 여행갈 때는 외화 통장과 연계한 체크카드로 해외에서 예금액을 사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 예금 상품 종류가 다양해져 환테크, 해외 투자, 여행 등 본인의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며 “자산을 통화별로 분산하는 차원에서 예금 중 일부를 달러화 예금으로 분산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단기 자금을 운용하려면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고려해볼 만하다. 증권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가입할 때 정해 놓은 이자를 준다. 국공채 및 회사채에 투자해 연 1%대 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다.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수익률을 좀 더 높이고 싶다면 달러를 지수로 하는 연계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달러 주가연계증권(ELS)과 이를 기초로 한 달러 주가연계펀드(ELF)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원화형 ELS나 ELF보다 쿠폰(액면금리)이 높아 수익률이 더 좋은 편이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달러 채권이나 달러 투자 공모펀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본인의 투자 성향이 어떤지 분석하고 목적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유 자금으로 ‘분산’ 투자하라

전문가들은 달러 투자를 하더라도 여유 자금으로 할 것을 조언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율의 변동성이 너무 커져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몇 주 사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전일 대비 40원 오른 1285원70전에 마감했다. 11년 만의 최고치였다. 하지만 600억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자 다음날 환율은 하루 만에 39원 급락했다. 한 외환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로 환율이 너무 단기간에 급등한 측면이 있다”며 “환율이 점차 안정화돼 연말에는 다시 1150원 선에 안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기 환차익만 노린 달러 매수는 위험하다는 게 주요 은행 PB들의 조언이다. 최홍석 신한은행 잠실PWM센터 팀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한·미 통화스와프 등으로 달러 환율이 일단은 안정세를 찾았다”며 “달러 가치가 안정된다고 해도 원화 가치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아직 많다는 점에서 환율을 예측해 달러를 매수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환 차익을 위한 달러 투자는 최근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현재 일부 보이는 달러 매수 움직임은 수익률보다 위기 상황에서의 통화 분산 차원”이라며 “환율이 올랐는데도 달러를 파는 경향이 아직 안 나타나는 이유는 위기가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