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온라인 등교…"부실 학습 뻔한데 중간고사는 어떻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준비 안된 학교 현장 '대혼란'
고3·중3부터 차례로 온라인 개학
유치원은 무기한 휴원키로
고3·중3부터 차례로 온라인 개학
유치원은 무기한 휴원키로
교육 당국이 사상 초유의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결정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미성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31일 기준 미성년 확진자는 627명으로 1주일 전(573명)과 비교해 54명 증가했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도 등교 개학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4월 6일 등교 개학이 부적절하다는 응답 비중이 70%를 넘었다. 더 이상 개학을 미루면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올해 예정된 대학 입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온라인 개학을 감행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등교 개학 대신 결정한 온라인 개학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한 인프라 자체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 등이 없어 원격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의 정확한 숫자도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아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 결손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 차례 나눠 단계적 온라인 개학 시행
교육부가 31일 내놓은 온라인 개학 시행 방안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생들의 개학은 세 차례에 걸쳐 학년별로 달리 진행된다. 우선 고3과 중3이 오는 9일 먼저 온라인 개학을 한다. 고3은 개학이 더 연기돼 수업일수가 감축할 경우 대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 1차 온라인 개학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3은 중학교의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먼저 시험해보기 위해 고3과 같은 날 수업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16일에는 △고1, 2 △중1, 2 △초4~6학년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교육부는 고3과 중3을 대상으로 1주일간 온라인 수업 테스트를 하는 만큼 16일 이후에는 온라인 수업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1~3학년은 법적으로 휴업할 수 있는 기간을 꽉 채운 뒤 20일 마지막으로 개학하게 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감염병에 대한 우려 없이 등원 가능한 상황이 올 때까지 무기한 휴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등교 개학 시점은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감염병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등교 개학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4월 말부터는 오프라인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 장기화 시 학습 결손 우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수업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가 지난 27일 일선 학교에 배포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에 따르면 원격수업 방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이다. 원격수업 인프라 수준을 감안할 때 모든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할 수 있는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학교가 기존에 제작된 강의를 시청하거나 과제로 수업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게 된다는 얘기다.
학생 평가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원격으로 수업을 하더라도 평가는 출석 수업이 재개된 뒤 시행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당장 1학기 중간고사를 일정에 맞춰 치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평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한해 수행평가를 하거나, 수업 태도 등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사이에 학생부 기록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외국어고 등 일부 특수목적고는 이미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초·중·고교도 대학처럼 혼란 겪을 듯
온라인 수업 자체를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학교도, 학생도 원격수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16일께 먼저 온라인 개강을 시작한 대학들처럼 초·중·고교도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게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컴퓨터 등 스마트기기가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8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100만원 미만’ 가구는 16.2%만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가 있더라도 다자녀 가구일 경우 컴퓨터 한 대로 동시에 여러 아이가 수업을 들을 수 없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소유 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3월 30일 기준 전체 학생의 67%가량을 조사한 결과 약 17만 명의 학생이 스마트기기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시·도교육청 등이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기기 28만여 대를 저소득층 학생 등에게 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하지만 등교 개학 대신 결정한 온라인 개학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한 인프라 자체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 등이 없어 원격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의 정확한 숫자도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아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 결손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 차례 나눠 단계적 온라인 개학 시행
교육부가 31일 내놓은 온라인 개학 시행 방안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생들의 개학은 세 차례에 걸쳐 학년별로 달리 진행된다. 우선 고3과 중3이 오는 9일 먼저 온라인 개학을 한다. 고3은 개학이 더 연기돼 수업일수가 감축할 경우 대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 1차 온라인 개학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3은 중학교의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먼저 시험해보기 위해 고3과 같은 날 수업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16일에는 △고1, 2 △중1, 2 △초4~6학년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교육부는 고3과 중3을 대상으로 1주일간 온라인 수업 테스트를 하는 만큼 16일 이후에는 온라인 수업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1~3학년은 법적으로 휴업할 수 있는 기간을 꽉 채운 뒤 20일 마지막으로 개학하게 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감염병에 대한 우려 없이 등원 가능한 상황이 올 때까지 무기한 휴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등교 개학 시점은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감염병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등교 개학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4월 말부터는 오프라인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 장기화 시 학습 결손 우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수업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가 지난 27일 일선 학교에 배포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에 따르면 원격수업 방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이다. 원격수업 인프라 수준을 감안할 때 모든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할 수 있는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학교가 기존에 제작된 강의를 시청하거나 과제로 수업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게 된다는 얘기다.
학생 평가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원격으로 수업을 하더라도 평가는 출석 수업이 재개된 뒤 시행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당장 1학기 중간고사를 일정에 맞춰 치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평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한해 수행평가를 하거나, 수업 태도 등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사이에 학생부 기록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외국어고 등 일부 특수목적고는 이미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초·중·고교도 대학처럼 혼란 겪을 듯
온라인 수업 자체를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학교도, 학생도 원격수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16일께 먼저 온라인 개강을 시작한 대학들처럼 초·중·고교도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게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컴퓨터 등 스마트기기가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8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100만원 미만’ 가구는 16.2%만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가 있더라도 다자녀 가구일 경우 컴퓨터 한 대로 동시에 여러 아이가 수업을 들을 수 없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소유 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3월 30일 기준 전체 학생의 67%가량을 조사한 결과 약 17만 명의 학생이 스마트기기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시·도교육청 등이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기기 28만여 대를 저소득층 학생 등에게 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